[신생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로 오세요
기사입력 1997년 06월 30일 15시 01분
연주회 홍보자료로 보내온 사진인데 악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합창단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턱시도나 나비넥타이는 아니라도 갈쿠리, 호미, 빗자루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 누군가?
지난해 10월 음악평론가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장인 이강숙씨가 창단한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음악감독 이건용) 단원들이다.
이 합창단이 평소 `열린 음악'을 주창해온 이씨의 초청시리즈 네번째 무대로 오는 7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공연을 갖는다.
`음악이 있는 마을'은 단원 구성과 연습방법부터 색다르다.
오디션을 거쳐 선발한 단원 37명 중 음악대학 성악전공자는 1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5명은 학력이나 전공에 관계없이 단지 노래를 좋아하는 성직자, 학생, 방송인, 교사, 주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첫 공연을 앞두고 단원들은 1주일에 4차례씩 음악이론, 무용, 연기, 판소리, 미술 등을 두루 배웠다.
음악과 다른 장르간의 유기적인 만남을 통해 종합예술로 나아가자는 뜻에서이다.
이번 창단연주회에서는 그레고리안 찬트 `거룩한 몸', 이건용의 창작곡 `한국의 보칼리즈'(초연), 이찬수의 음악극 `삼총사의 위기' 중 `가로등 친구 삼아' 등을 노래한다.
민요 `옹헤야' `상주 모심기 노래' `뱃노래'를 비롯, 대중가요 `빈대떡신사' `사랑했지만' `스피드' `우리는'도 함께 선사할 예정.
열린 음악회에 걸맞게 연주회 복장도 파격적이다. 민요는 농부차림, 가요는 티셔츠에 바지를 입고 부른다.
창단 공연에 이어 앞으로는 교도소, 지체장애인이나 정신박약아 수용시설 등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연주회를 가질 계획이다.
상임지휘자 홍준철씨는 "엘리트주의를 벗어나 대중과 함께 숨쉬는 음악을 목표로 출범한 만큼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음악이 있는 마을'로 초청, 즐거운 노래를 들려주겠다"고 밝혔다. (02)958-27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