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짜릿한 이맛'
기사입력 1997년 06월 29일 14시 04분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수원 삼성의 프로 최고참 윤성효（35．DF）가 바로 그렇다.
수비수이면서도 적잖이 골을 터트려온 윤성효는 28일 LG와의 라피도컵 홈경기서 11년 프로생활을 통틀어 가장 짜릿한 골맛을 봤다.
후반 24분. 한상열이 낮게 깔아준 긴 패스를 아크정면에서 그대로 받아찬 윤성효의 20m 논스톱 오른발 슛은 미사일같이 LG 오른쪽 상단그물에 꽂혔다.
축구 슈팅의 한계속도라는 시속 160㎞에 육박하는 엄청난 스피드.
`1승'에 한이 맺힌 LG 선수들로 하여금 한동안 맥이 탁 풀리게 만든 슛이었다.
만일 그의 골이 없었더라면 삼성은 자칫 LG가 19게임째 별러온 첫승의 제물이 될 수도 있었다.
올시즌 2번째이자 통산 20호 골.
윤성효는 늘 이런 식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가 후방에 버티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삼성 선수들은 힘이 난다.
완벽한 볼처리와 함께 공격의 물꼬를 터주는 능력, 뚫리면 어느새 커버플레이에 나서는 뜸직함 등이 후배들의 신뢰를 받는 원동력이다.
작년 34게임, 올해 17게임 무교체 출전으로 팀내 최다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코칭스태프의 돈독한 믿음을 엿볼 수 있다.
축구선수로서 황혼기인 만 35세에 가장 힘든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90분을 뛸 수 있다는 것은 엄격한 자기관리가 전제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트레이너를 겸하고 있어 윤성효의 투혼은 더욱 돋보인다.
덕분에 게임당 200만원의 출전수당을 받고 있는 윤성효는 기본연봉（2천400만원）과 승리수당（110만원） 외에 벌써 3천400만원의 `성과급'을 벌어들였다.
이 추세라면 작년의 실질소득（약 1억원 추정）을 능가하는 건 시간문제다.
"돈이 아니라 아직도 제가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은퇴는 아직도 먼 얘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