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김희중9단●조훈현9단
기사입력 1997년 06월 29일 14시 04분
제5보(67∼88)＝김 9단은 한때 `기왕전의 사나이'로 불렸다.
76, 78년 이 기전에서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유독 `기왕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그런 별명이 붙여진 것.
그러나 작년 `LG배 세계기왕전'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그 별명도 추억 속에 묻힐 전망.
또한 김 9단은 `속기의 달인'으로 불린다.
지금은 없어진 기전이지만 `MBC 국기전'에서 75, 77년 2번 우승했고 ` KBS 바둑왕전'에서는 3번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다면기 세계신기록 (120명)'을 기록하여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그러나 김 9단이 `속기의 달인'이라면 조 9단은 `속기의 황제'로 한차원 높다. 지금까지 속기전 우승기록만 20회에 달한다.
이 판도 초반부터 두 대국자 예의 그 속기로 일관하고 있다. 제한시간 4시간의 대국이지만 마치 TV속기전을 보는 듯하다.
흑 67로 우변을 제압하자 애초 백 △의 응수타진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어 백 68도 고심의 일착. 흑 `가'로 백 두점이 잡히는 맛을 없애면서 실리로도 큰 곳.
또한 다음 88의 움직임도 엿보고 있다. 그러나 흑 69 침입이 너무 뼈아프다.
그런 의미에서 백 68은 상변을 보강하고 싶다.
흑이 후수로 당장 우하귀를 취하진 않을테니 말이다.
흑 77 때 백 78도 욕심. 정석대로 백 1에 잇고 흑 2를 기다려 백 3으로 준동하며 흑의 태도를 살피는 유연함이 아쉽다.
80 이하 귀에서 백의 삶엔 지장이 없다.
그러나 후수 삶은 현재 시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백은 84, 86으로 임시조치를 취한다. 귀는 패맛으로 숨을 쉬게 해놓고 노리던 88로 준동해 우변 파괴에 나섰는데 과연 여기서 무슨 수가 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