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 관정평]박찬호, 승부욕 지나쳐 위기 자초
기사입력 1997년 06월 29일 00시 56분
이달 들어 6승 고지에 3번 도전해 전적은 2패.
6회의 갑작스런 난조는 초년병 시절인 지난 시즌을 연상케 했다.
5회까지 단 한명의 첫타자도 내보내지 않는 안정된 투구로 6승이 눈앞에 다가왔던 박찬호는 6회초 연속 8개의 볼로 무사에 두 타자를 걸려 위기를 자초했다.
박찬호는 6회초 스탠드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부모 앞에서 승리를 의식했는지 몸에 힘이 들어가 제구가 되지 않았다.
이어서 송구 에러가 이어지며 자멸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 성적(5승)을 넘기겠다는 의욕이 지나쳤고, 아직도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5회까지 박찬호의 투구는 6회와는 전혀 달랐다.
특히 내셔널 리그 최고의 타자 토니 그윈을 상대로 한 3타석은 박찬호의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첫 타석에서 초구 바깥쪽 약간 높은 빠른 직구에 손이 나온 그윈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두번째 타석에서는 원스트라이크 원볼에서 3구째 역시 빠른 바깥쪽 중간을 거치는 직구에 그윈은 인코너를 기다린듯 끌어당겨 2루땅볼.
3번째 타석에서는 2볼후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4구째 몸쪽 높은 빠른 직구 유인구를 던지자 내셔널 리그 타격왕 7번의 `타격의 달인'이라는 그윈도 방망이가 성급히 나와 3루수 플라이가 되고 말았다.
수읽기에서 백전노장을 압도한 셈이다.
그윈은 이날 8회초 만루에서 주자 일소 2루타를 치며 성가를 높였으나 박찬호를 상대로는 통산 8타수 1안타, 1할2푼5리로 눌리고 있다.
2번부터 6번까지 중심타선이 모두 좌타자들인 파드리스 타선을 맞아 박찬호는 5회까지 바깥쪽 코너를 찌르는 좋은 컨트롤의 직구로 경기를 잘 풀어 나갔다.
상대 투수에게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뛰어난 투구였다.
그러나 파드리스 타선은 한 순간의 난조를 용납하지 않았다.
다저스 타선은 이날 홈런 2개 포함, 12안타를 때렸으나 막판 의미없는 3점을 추가하는데 그쳤을 뿐 언제나 그렇듯이 집중력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