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DJP와 평행선 (1)
기사입력 1997년 06월 27일 14시 30분
즉결심판에 회부된 장혜정은 벌금형을 받고 석방되었다.
그동안 자신을 점검하던 그녀였지만, 즉결재판까지 받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자 또다시 울분에 치를 떨었다.
일주일간 치욕의 나날을 보낸 장혜정이 서울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나를 이렇게 만들고 조용할거 같아? 반드시 보복할거야."
기다릴 것이다. 서툰 공격은 역습을 받는다.
가장 적절할 때 한번에 치명타를 입힐수 있을 때, 그 때 칼을 뽑아 허원행과 이종민을 습격할 것이다. 그리고 절대 그냥 넘어가지는 않으리라고 자신을 향해 굳게 맹세했다.
`네가 남의 약점을 이용하여 출세했지. 하지만 난 네 약점을 가지고 있어. 허원행은 내가 공동운명체인 걸 잊고 있었어. 두고봐라. 반드시 치명타를 입힐 것이다. 그리고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저만큼 서울이 보이기 시작했고 장혜정은 입술을 악물고 있었다.
한편 충남 예산의 보궐선거는 뜻밖의 상황을 맞고 있었다. 선거자금 과다지출로 의원직을 상실하기는 했지만 이 지역이 자민련 텃밭이며 동정론 까지 겹쳐 조종석의 당선은 무난하리라 보았다.
게다가 지난 3월 인천 보궐선거에서는 자민련이 후보를 내지 않았고, 수원 보궐선거에서는 국민회의가 후보를 내지 않아 양당 나란히 의석 하나씩을 거머쥐는 쾌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예산에서 또다시 국민회의가 후보를 내지 않았다.
`조종석 의원 재당선 확실'의 여론이 채 확산되기도 전에 오장섭 신한국당 의원의 약진이 눈에 보이게 두드러졌다. 신한국당 대표가 이 지역 출신임을 내세워 `이회창 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이 박태준, 이기택 양 거물의 운명을 건 맞대결 이라면, 이곳 예산은 이회창 대표의 충남－대전지역 명예입성이냐, 아니면 JP의 수성이냐의 운명이 걸린 한판이 된 셈이다.
자민련의 조종석이 당선되면 이회창 인기가 거품으로 꺼질테고, 신한국당 오장섭이 당선되면 JP는 안방을 내주는 치명타를 입는다.
포항 못지 않은 열기가 달아 오를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포항에서도 예산에서도 DJP의 공조는 결코 벌어질 틈이 없어 보였다.
`DJP'라는 신조어 속에 시작된 야당 대연합의 구도는 외형상 바퀴처럼 잘 굴러가고 있었지만 사실 내용적 으로는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DJP공조'의 근본문제인 `대통령' 문제가 역시 최대 걸림돌이었다.
근본적으로 JP는 DJ를 신뢰하지 못했고, DJ는 내각제보다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설혹 내각제를 받아들인다 해도 그 대가로 `대통령 단일후보'는 DJ 자신이 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