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잔디구장'문제 정회장이 총대메야
기사입력 1997년 06월 27일 14시 30분
내년부터 인조잔디구장에서의 경기를 사실상 중단시킨 대한축구협회의 대안은 잔디구장을 보유한 시（市）도（道） 자치단체나 기업체의 협조를 얻어 경기를 갖고 그것도 어려우면 맨땅에서 축구를 한다는 정도다.
하지만 자치단체나 기업체의 현주소를 볼때 과연 축구협회의 구상은 가능할까.
이에 대한 답은 극히 회의적이다. 그들의 경기장 보유는 한국축구를 위한 것이 아닌 소수집단의 이용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잔디보호 명분으로 지자체내의 주민들과 기업체 소속원들도 운동장을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게 현실이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사인 현대그룹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전용구장이 없는 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연습을 하기 위해 계열사의 운동장을 이용하는데도 수시로 짜증섞인 반응이 오갈 정도다.
실례로 운동장 사용 허락이 나도 관리인이 "잔디가 상하면 당신네가 책임지는 게 아니라 내 책임이다"며 여러 이유를 들어 정상적인 훈련을 `방해'할 정도다.
`같은 집안' 식구끼리도 이럴진데 전혀 다른 기업이나 지자체의 운동장 사용을 할때 어려움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하지만 지금은 예상되는 어려움을 논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지자체와 기업체의 협조를 받아야 할 시점이다.
잔디구장 건설 등 장기적인 계획과 함께 우선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
그리고 그 총대는 당연히 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이 져야 한다.
축구인들이 그를 회장으로 모시는 것은 `축구발전에 몸을 던질 사람'임과 함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장으로서의 정회장 능력은 대외적으로는 2002년 월드컵 공동유치로 빛이 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잔디구장 해결 여부가 대내적으로 정회장의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