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건] '눈뜬 장님' 꼴
기사입력 1997년 06월 26일 15시 03분
`교통경찰을 따돌려라.'
최근 불법으로 밀수입된 최신형 스피드건 경보시스템이 세운상가나 용산 전자랜드 등지에서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스피드건 경보시스템이란 말 그대로 과속차량을 가려내는 경찰의 스피드건이 전파를 쏠 경우에 경보음을 내도록 고안된 특수장치.
이같은 경보시스템이 등장하자 경찰은 스피드건을 지난해 속도측정과 함께 사진까지 촬영하는 최신형 `이동식 영상속도 측정기'로 바꿨으나 이를 무색케 하는 최신 경보기가 들어와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는 것이다.
18만∼2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은 휴가철을 앞둔 시기적 특성과 맞물려 점포당 하루평균 20∼30개씩 팔려나가고 있다.
세운상가 S전자제품점의 최모씨는 "경찰이 신형 스피드건을 사용한 뒤부터 한동안 경보시스템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지만 지난 5월부터 일본제 신형 경보시스템이 들어오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보기는 소형 휴대폰 크기로 차내에 비치해두면 경찰의 스피드건 500@ 앞에서 감지, 경보음을 울리며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경보음이 커진다.
경찰의 이동식 영상측정기는 종전의 스피드건과 주파수가 다르지만 이 경보기는 거뜬히 감지해낸다는게 상인들의 말이다.
상인들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각국에서 생산되는 스피드건을 감지할 수 있도록 5개 주파수대역으로 만들어진 다국적용이라는 것이다.
이 경보기는 그러나 무인감시카메라는 감지하지 못하는데도 상인들은 가능하다고 속여 팔고 있어 단속의 손길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편 연말까지 영상속도측정기를 100여대 들여와 일선 경찰에 지급할 계획인 경찰청은 이 경보기에 대한 진상파악에 나섰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스피드건 감지용 경보기 판매는 불법이므로 단속 대상"이라며 "성능 테스트를 해봐야 정확한 것을 알 수 있지만 영상속도측정기를 감응하는 경보기가 있다는 보고는 아직 들은바 없어 상인들의 속임수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인감시카메라는 전파를 쏘는 형식이 아니라 도로에 깔린 감응장치를 통해 속도를 감지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불법 경보시스템으로는 알아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