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이대론안된다] '4강제도' 철폐해야
기사입력 1997년 06월 26일 14시 37분
축구인들은 흔히 말한다.
"공은 좋아서 차야 하고, 또 신바람나게 차야 기량도 쑥쑥 오르는 법"이라고.
그러나 우리네 풍토에서는 그 신바람이 용납되지 않는다.
흥미를 가지고 축구에 입문했다가도 몇차례 승부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싸움기계'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다.
교육제도상 상대를 이기지 않으면 상급학교 진학이 어려운 만큼 학원축구엔 오로지 적자생존의 원칙만이 냉엄하게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생들에게 `비정한 전투력'을 요구하는 병폐가 바로 4강제도다.
특기생 진학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을 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파행속에 지도자들은 `밥줄'을 위해, 선수와 학부모들은 진학을 위해 절묘한 3위일체를 이뤄왔고, 이 빗나간 교육열은 온갖 비리를 낳으며 순수해야할 그라운드를 얼룩지워왔다.
공 한번 차보지 않은 학생을 등록시켜 대학에 딸려보낸 예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편법에는 늘 엄청난 `돈'이 굴러다녔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금도 변함없이 4강제도, 8강제도가 어린 선수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참교육은 교실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난 청소년들이 한국축구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이제는 정부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될 일이다. 4강제도의 칼자루를 내려놓고 청소년들에게 `축구'를 되돌려줘야 한다.
학부모들 역시 고정관념을 깨야한다. 학연이 더없이 중요시되는 게 한국사회라지만 축구선수에게는 `간판'보다는 축구다.
김병지(27．현대) 고종수(19．삼성) 윤정춘(24) 김기동(26．이상 유공) 노태경(25．포항) 등 수많은 `고졸스타'들의 맹활약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프로구단의 클럽시스템화도 뿌리를 튼실히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 중의 하나다.
각 팀내에 유소년부터 연령별로 팀을 운영해 마지막 1군까지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하는 선수육성 제도다.
일본의 경우 `클럽시스템의 완비'가 J리그 등록을 위한 기본조건이다.
유-청소년들이 프로 1부리그서 활약하는 `우상'들과 함께 공을 차며 즐겁게 꿈과 기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들은 훗날 각 학교 축구부에서 뽑혀 온 선수들과 어우러져 프로팀을 꾸리게 된다.
때문에 그들에겐 `이겨야만 하는' 숙명도 없는 셈이다.
`신바람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5년 역사의 J리그가 하고 있다면 분명 한국 프로축구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축구까지 일본을 따라가야 하는 현실이 더없이 서글프지만 재기를 위해서는 흉내든 모방이든 해야만 한다.
중국도 벌써부터 숨을 죽인 채 브라질에서 `21세기의 반란'을 도모하고 있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