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심재덕 수원시장의'별난 축구사랑'
기사입력 1997년 06월 26일 14시 33분
프로축구의 영원한 숙제인 관중 동원을 이 사람에게 맡겨보면 어떨까.
청소년축구팀의 `6．22 쿠칭 참패'로 프로축구 관중이 더욱 줄어들 것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지난 17일 수원 삼성과 오사카 세레소간의 한－일 프로축구경기에 역대 프로축구 최다 관중을 동원한 심재덕 수원시장（57）의 수완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청소년축구팀－남아공 경기가 같은 날 물리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당시 삼성이 공식 집계한 관중수는 4만2천325명.
채 입장을 못해 발길을 돌린 사람도 7천명이 넘었다.
지난 71년 개장한 수원종합운동장（2만7천100석）의 역대 최다 관중은 지난해 8월 31일 삼성－전남전의 3만5천808명.
삼성 관계자들조차 깜짝 놀란 이날의 축구 열기는 심시장의 `별난 축구사랑'이 낳은 결과다.
심시장은 이날을 위해 수원시 각 구（區）와 동（洞）별로 관중 동원 경쟁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무료 입장이라는 `미끼'와 풍성한 볼거리, 수원시민들의 자존심을 부추기는 고도의 심리전도 동원됐다.
따라서 이날 모인 관중은 어찌보면 진정한 의미의 축구팬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2002년 월드컵 유치가 걸린 국가대표팀간 경기를 위해 회장사인 현대그룹까지 동원하고도 잠실주경기장（6만7천석）의 5만석을 채우는데 헉헉댄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완이다.
심시장은 지난해 6월 민선 수원시장에 선출되기 전까지 10년간 수원시 장안구 파장조기회 멤버였다.
때문에 2년 동안 수원에서 열린 삼성 홈경기와 국가대표경기를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관전한 것도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14일 가나와의 제2회 코리아컵 수원경기를 앞두곤 `시축때 하프라인에서 직접 골인을 시키겠다'며 열흘 동안 수원구장에서 땀을 흘리기도 했다.
비록 시축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 뒤땅을 차긴 했지만….
이러니 심시장이 프로농구 경기장에서 `2002년 월드컵은 수원에서'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처음엔 색안경을 끼고 보던 사람들도 이젠 두손을 들고 만 심시장의 별난 축구사랑!
무능한 축구 행정과 뒷짐 진 축구인들보다 차라리 낫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