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의나교야통신] 눈빛만 봐도 척척'좋은 친구들'
기사입력 1997년 06월 26일 14시 21분
오늘도 포수 나카무라가 내 엉덩이를 툭 치더니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웃는다.
공끝이 좋으니 나가면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나카무라는 나하고 호흡을 맞추는 배터리다.
일본 진출 2년째가 되고 20세이브를 한 지금은 눈빛만 보고도 무엇을 바라는 지 알 정도가 됐는데 나카무라의 인사는 히프를 툭 치는 것이다.
야구도 단체경기인 만큼 조화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선수들의 발놀림, 손놀림이 척척 맞아 떨어져야 `플러스 알파'의 전력상승을 가져온다.
일본에 와서 좋은 동료들이 많이 생겼다.
그 가운데 가장 친한 선수는 역시 투수 야마모토 마사히로와 히라누마다.
야마모토는 우리팀의 에이스로 현재 다승 단독 1위다.
나하고는 어찌나 호흡이 잘 맞는지 야마모토의 9승 가운데 8세이브를 거뒀다.
`9회 징크스'가 있어 완봉으로 가다가도 꼭 내게 세이브 기회를 준다.
우리는 인터뷰때 "서로 도와주는 사이"라고 말한다.
내가 일본에서 가장 빨리 20세이브에 도달한 것은 야마모토의 `9회 징크스'덕이 컸다.
야마모토가 3년 후배지만 내로라하는 스타이면서도 건방지지 않고 소탈하고 밝은 성격이 맘에 든다.
그래서 골프도 치고 식사도 하며 자리를 자주 함께 했다.
작년 부상으로 2군과 재활군에서 훈련할 때 친하게 지낸 히라누마도 야마모토와 동갑이다.
히라누마는 자칭 `한국통'이다.
훈련이 끝나고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치나 육개장은 물론, 엄청나게 매운 고추도 잘 먹는 편이다.
최고의 히트작은 한국에서 가져온 보신탕을 맛있다며 먹은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보신탕을 먹지 않는데 한국이나 중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잘 먹는다.
히라누마가 `한국통'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잘 먹었을까.
또 남의 흉내를 잘내 같이 있으면 웃음꽃이 피곤 한다.
아쉽게도 2군에 있어 자주 못 만나지만 "감바레（힘내）"를 빌어준다.
올초까지만 해도 재일교포인 가네무라（김의명）하고 야수중 가장 친했는데 지난 4월 퍼시픽리그 세이부로 이적했다.
얼마전 나고야돔 경기에서 2루타 3발을 때리며 활약하더니 요즘 다시 잠잠해 안타깝다.
파이팅！ 의명이－.
이제 올시즌 게임중 절반 가까이를 치렀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올시즌 동료들과 똘똘 뭉쳐 나고야돔 원년 우승의 `드라마'를 일궈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