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라] 덴마크 여성연극제 스케치
기사입력 1997년 06월 26일 14시 06분
중견 여성연출가인 김아라씨(극단 무천 대표)가 덴마크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여성연극제에 다녀왔다.
세계의 여배우들과 함께 오프닝 퍼포먼스를 연출, 한국 여성연출가의 위상을 높힌 김아라씨가 현장 스케치를 보내왔다.
덴마크의 아루스시는 인구밀도나 면적으로 보아 수도인 코펜하겐 다음 가는 도시이다.
자연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한해동안 국제 규모의 페스티벌이 10여개 열리고 예술가들을 위한 복지 정책이 북유럽에서도 단연 최상이다.
나는 지난 95년 연극 `이디푸스와의 여행'참가자 16명과 함께 이 도시를 방문한 이후, 2년만에 다시 개막공연 연출초청을 받아 이곳에 오게 되었다.
제5회 여성 연극제(6월20∼28일)는 `여성, 그 정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제의, 옛것과 새것'이라는 주제로 16개국 18편의 공연예술들이 열흘동안 펼쳐지는 공연예술 축제다.
내가 맡은 연출 작품은 6월 20일 거리의 축제 행렬직후 행사의 개막을 알리는 첫 공연으로, 본부가 유네스코의 후원을 받아 개최하는 `무지개 아래'라는 이름의 특별 행사였다.
도착 첫날 공연장을 돌아보고 야외 극장을 근처의 분수가로 바꾸기로 했다.
오페라 극장 전면에 놓인 아름다운 분수대에 50m 이상의 붉은 천을 담그고 모태를 상징하는 물가에서 벌이는 음악적 퍼포먼스.
대낮에 물가에서 언어와 문화권이 다른 예술인들과 짧은 시간 동안 완성해야 할 이 공연은 내게는 가슴벅찬 첫 경험이었다.
이번 작품에는 가나 방글라데시 짐바브웨 파키스탄 슬로바키아 등 각국에서 모인 배우들과 덴마크 음악인 헨럭 제퍼슨, 영국의 토니 브룩, 그리고 조연출 에바와 그 외 스태프들은 6월 14일 페스티벌 본부가 마련해 준 연습공간에서 6일동안의 연습에 돌입했다.
이 세상 어느 곳을 가도 통하는 것이 있다면 연극인적인 심성일 것이다.
언어와 문화의 이질감을 단숨에 극복하고 한마음이 되어버리는 공통적인 심성, 그것은 양보이고 배려이며 이해이고 관심어린 순수함 그 자체의 미덕이다.
6일동안 하루에 10시간씩 함께 연습장에서 뒹굴며 토론하고 탐구하고 창의성을 집중 발휘하여 치른 단 한번의 공연. 성공이었다.
`연극적인 심성의 하모니'. 인간과 인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연극을 선택했음이 다시 없는 축복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