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여사] 남편사랑도 '퍼스트레이디'
기사입력 1997년 06월 25일 14시 07분
한시대를 풍미했던 퍼스트 레이디 낸시 레이건여사（75）는 최근 가슴 아픈 결정을 내려야 했다.
알츠하이머병에 시달리고 있는 남편이 급기야 주위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사용하게 되자 안전 장갑을 착용케 한 것.
94년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고 고백했을 당시만 해도 꿋꿋해 보였던 전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86）은 이젠 45년을 함께 산 아내도 분간해 내지 못할 정도로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미주간지 글로브에 따르면 "대통령은 괜찮다"고 낸시 여사가 발표한 것과는 달리 레이건은 심한 발작 증세를 보이며 아내에게조차 주먹질을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낸시 여사가 입은 정신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게 측근의 전언.
그지없이 온화하고 부드러웠던 예전의 레이건을 아는 이들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비극적 상황이다.
의사들은 이런 식의 발작은 흔히 노인성 치매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병이 진전된 환자들에겐 흔한 증상이며 `자신을 적절하게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전문 간호사들이 병상을 지키고 있지만 낸시 여사는 병든 남편의 옷을 갈아입히고 식사 시중을 드는 등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은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레이건을 방문한 오랜 친구 빌리 그레이엄에 따르면 "낸시는 시종일관 눈에 눈물을 담고 있다"는 것.
"나와 30분쯤 얘기를 나눈 레이건이 호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며 말했다. `2시에 빌리 그레이엄과 약속이 있는데'. 그러자 그녀는 귓속말로 속삭였다. `지금 함께 계신 분이 그레이엄씨예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그레이엄은 "그녀의 남편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