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선창(4)] 대천항-삶의 생기 넘친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25일 14시 07분
오전 6시, 충남 보령시 대천항.
밤을 꼬박 새우며 난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던 어선들이 미끄러지듯 항구로 들어온다. 상자에 가득 담겨 뭍으로 옮겨지는 고기들의 은비늘이 유난히 빛난다.
오전 9시. 공판장은 어느새 생선 상자들로 가득 메워졌다.
`수협' 모자를 쓴 경매 중개인 주변으로 도매상들이 빙 둘러 서서 열심히 손가락 사인을 보낸다. 동료들과 귓속말을 나누며 열심히 `배팅 액수'를 의논하는 도매상의 모습도 눈에 띈다.
`수화'가 부지런히 오간뒤 생선상자들이 임자를 찾아 `낙찰'되자 경매장은 썰물때처럼 썰렁해졌고, 생선을 실으러 온 트럭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굵고 나직한 바리톤의 뱃고동 소리에 놀란듯 하얗게 비상하는 갈매기떼, 파도따라 출렁이는 작은 고깃배 위에서 분주히 오가는 뱃사람들, 빠른 손놀림의 경매인, 방파제에 쭉 널어놓은 배오징어….
대천항은 싱싱하고 활기차다.
서해 중부권 최대의 해산물 집산항답게 오전 9시와 11시, 오후 2시와 4시 등 하루 4차례나 열리는 수산물 경매장 분위기 때문만 아니다.
섬과 섬을 이어주는 여객선들과 관광객들을 태운 유람선들이 들락거리는 여객선 선창도 갓 잡아온 생선처럼 생기가 넘친다.
보령수협 현포동지소 유경운 상무는 "대천항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아침마다 듣는 뱃고동과 갈매기 울음소리에 피로를 씻는다"면서, "특히 해질 무렵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어항과 바다 풍경은 그림같다"고 자랑했다.
대천항은 항구로 구색을 갖춘 지 30여년에 불과하다.
50년대만 해도 인근 광천항의 명성에 가려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었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어항은 `어한기'여서 다소 느슨하지만, 전국에서 몰려드는 피서객들로 활력을 되찾는다.
6월엔 도미, 우럭, 광어, 노래미, 농어, 장어, 삐둘이（고동의 일종） 등이 많이 들어온다.
일반인들은 경매가 끝난 다음 도매상으로부터 수산물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2곳의 방파제와 등대가 있는 대천항은 방파제쪽 왼쪽에 횟집들이 모여있다.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우럭, 광어, 노래미 등은 1㎏에 3만원 정도. 1만원 정도 하는 팔뚝만한 갑오징어 한마리면 2∼3명의 안주감으로 거뜬하다.
회를 뜬 다음 양념과 술병을 들고 방파제로 나가 바다를 바라보면서 먹는 것도 운치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관광특구로 지정됐으나, 대천항 일대는 아직 관광지로 개발되지 않아 위락시설은 거의 없다.
관광문의 보령시청 관광과（0452-30-3544）, 수협 현포동지소（0452-33-9767∼8）
○-여행메모
보령시에는 78개의 유_무인도가 있으며 대천항이 관문이다. 그중 여객선이 다니는 사람이 사는 섬은 15개.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면 피서객들이 섬으로 가기 위해 배 표를 구하려고 전날 밤부터 줄을 설 정도였으나 올해는 달라질 전망.
최근 293명 정원에 승용차 12대를 실을 수 있는 188톤t 페리호가 취항한다.
기항지는 삽시도, 장고도, 고대도, 안면도（영목） 등지며, 오전 7시 30분, 오후 4시에 떠난다（토, 일요일은 낮 12시에도 출항하며 7월 15일부터 증편할 계획）.
이밖에도 157명 정원의 한일호, 92명 정원의 새마을7호와 43명 정원의 새마을20호, 33명 정원의 새마을1호가 호자도, 저두, 원산도, 허육도, 육도, 월도, 녹도, 호도, 추도 등으로 피서객들을 실어나른다.
가장 멀리 있는 외연도가 2시간 0분거리며 추도, 육도, 월도, 허욱도 등이 30분정도 걸린다.
문의:대천항 여객터미널（0452-34-3771∼2）
△유명 피서지＝넓은 백사장 때문에 매년 10만명의 피서객이 다녀가는 원산도와 천연기념물 136호인 상록수림 등 자연풍관이 뛰어난 외연도와 삽시도, 호도, 장고도 등이 손꼽히는 곳이다.
△가는길＝경부고속도로 천안인터체인지에서 21번 국도로 천안∼온양∼예산∼홍성을 거쳐 대천으로 내려간다. 인천에선 서해안고속도로로 안중까지 간 다음 국도를 따라서 아산∼당진∼예산∼홍성을 거쳐 내려가면 된다.
대천항은 해수욕장과 1.2㎞정도 떨어져 있다. 서울역에서 대천역까지 열차도 수시로 운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