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세대교체 (9)
기사입력 1997년 06월 25일 14시 07분
`평화유지군' 패트롤카가 나설 수 없는 상황.
이제 정말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게 됐다.
킹콩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고 주먹을 휘둘렀다.
맘모스로서는 대결 장소 선택부터 연못으로 도망간 것까지 모두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셈이다.
킹콩의 핵주먹을 연거푸 맞은 맘모스는 정신을 잃었다.
초반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던 킹콩은 화풀이라도 하려는 듯 이미 싸울 의사를 보이지 않는 맘모스를 몇대 더 쥐어박은 뒤 첨벙첨벙거리며 연못을 걸어나왔다.
싸움을 말릴 방법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사육사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킹콩이 연못에서 나간 뒤 한참 있다가 맘모스가 나왔다.
맘모스의 뒷모습에는 왕위에서 쫓겨난 쓸쓸함이 배어있었다.
곰 사파리 개장 때부터 최고 권력을 누리던 맘모스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이다.
8년만에 맘모스제국이 망하고 이제 남은 것은 킹콩과 곰보살 가운데 승자가 사파리를 통치하게 됐다.
누가 이기든 사파리는 전주에서 올라온 객지 식구의 지배에 놓이게 된 셈이다.
킹콩은 비록 맘모스와의 준결승전에서 이겼지만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킹콩은 다음날부터 아파트에서 치료를 받느라 사파리에 출근하지 못했다.
사육사들의 배려였다.
킹콩의 부상은 뜻밖에 컸다.
큰 수술은 아니지만 얼굴을 비롯해 몇곳에 봉합수술을 받아야 했다.
며칠 뒤 킹콩은 비로소 사파리에 몸을 나타냈다.
곰보살은 이제 자기가 나설 차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킹콩 또한 왕으로 가는 길목의 마지막 걸림돌인 곰보살을 제거하겠다는 투지로 번뜩였다.
킹콩의 전략은 속전속결.
비록 자신이 곰보살보다는 젊어 오히려 싸움을 길게 가져가는 게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컨디션이었다.
아무리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몸이 성치 않은 이상 싸움을 빨리 끝내야 했다.
이미 암곰들은 새 왕을 맞을 준비라도 하듯 사파리를 살냄새로 가득 채워놓았다.
곰보살과 킹콩은 사파리 한복판에 마주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