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클리닉] 정관수술과 발기부전은 별개의 문제
기사입력 1997년 06월 25일 14시 07분
가족계획이 국가적 차원에서 장려되던 때가 있었다.
피임에 대한 상식이 부족했던 시절이었고, 무엇보다 좁은 땅 위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살다보니 경제발전에 큰 짐이 되기도 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정관수술을 받으면 훈련을 빼주는 등 한사람이라도 수술을 받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또 가족계획요원이 전국 가가호호를 돌며 여자들에게 나팔관수술을 받으라고 계몽활동을 펴기도 했다.
여자의 경우 나팔관수술을 받으면 자궁외임신 등의 합병증으로 고생할 수도 있고, 남자가 정관을 절제해 정충을 사정하지 못하게 하는 수술을 받으면 정신적으로 나약해지기도 한다.
`나는 더이상 생산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한창 나이 때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쯤 중장년층이 돼 성기능에 있어 여러가지 문제가 나타날 시기다.
가장 흔한 것은 발기부전이다.
요즘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정관수술 때문에 발기부전이 온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정관수술과 발기부전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사람들은 흔히 정액과 호르몬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액은 아기를 만들 수 있는 씨앗이고, 남성호르몬은 남성을 남성답게 하는 화학물질같은 것이다.
정액은 사정 때 배출되지만 호르몬은 피를 타고 몸안에서 흡수된다.
결국 정관수술은 정액, 즉 아기 씨가 성기쪽으로 나가는 길을 차단시키는 효과가 있을 뿐 남성 자체의 기능을 낮추는 것과는 별개문제다.
C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C씨는 정관수술 때문에 발기부전이 온 것이 아니냐고 묻길래 충분히 알아듣도록 설명을 해줬더니 그래도 미심쩍어 해 테스트를 통해 혈관과 신경전달 체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만일 정관수술 받은 사람이 발기부전 등 성기능에 장애가 왔다면 다른 원인 때문이므로 검사를 받은 뒤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