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고향잃은 아버지 '넋'달래는 춤판
기사입력 1997년 06월 25일 14시 07분
북에 두고 온 가족을 평생 눈물속에 그리다 세상을 떠난 실향민 아버지. 그 아버지를 추모하는 창작무용을 3남매가 함께 만들어 무대에 올려 화제다.
29일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공연되는 `이명진의 창작춤－한하늘, 한물결'은 3남매가 아버지의 영정 앞에 드리는 꽃다발이다.
맏이인 무용가 이명진씨（35）는 너울너울 춤을 춘다. 무용기획가인 둘째 명희씨（33）는 대본을 쓰고 기획을 맡았다. 그리고 `윤선생 영어교실' 영어교사인 막내 환준씨（30）는 무대에 올라 피날레로 노래를 부른다. 직접 작사작곡한 곡.
이번 무대는 환준씨의 노래 때문에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중2때 어린 상주가 돼야 했던 환준씨는 대학생이 되어 학내 노래패에 가입, 아버지와 실향민에게 바치는 `아버지의 고향'이라는 곡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8년전, 그 노래를 듣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노래를 모티브로 해서 무용작품을 만들어보리라는 생각을 그때 했습니다."（명진씨）
그러나 세월은 유수라, 이제사 남매가 모여 그 계획을 세상에 공개하게 된 것이다.
작품은 1－2부로 구성했다.
`1부－사이섬'은 북간도 이주민의 간도개척사. 고향을 등진 이들의 비가（悲歌）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명희씨가 대본을 쓴 `2부－아버지의 고향'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끈 삼아 남북을 이어주는 춤판을 만들어낸다. 실향민 2세의 눈을 통해 본 분단과 이산가족의 문제를 형상화했다.
특히 이 작품은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만하다. 뜬구름 잡으려는 듯한 허허로운 손놀림이 팽배해있는 국내 무용계에서 이렇게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접하기는 드물기 때문이다.
"북한동포가 굶주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실향민 2세로서 남다른 마음아픔이 있습니다. 우리가족의 이야기가 민족사를 확대해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기를 기대합니다."（환준씨）
실향민에게는 무료관람 기회를 주며, 수익금은 모두 굶주림에 고통받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쓸 예정이다.
오후 7시30분. （02）3391－01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