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조로병환자 혁이의 우상 박찬호
기사입력 1997년 06월 25일 12시 55분
하나는 박찬호형을 만나는 것이었고 또하나는 UCLA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다저 스타디움에서 `코리아 익스프레스' 박찬호를 만난 그의 까만 눈은 별처럼 빛났다.
ＬＡ 북쪽 노스 힐스의 몬로 고등학교 2학년생인 심혁（16．미국명 데니）.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조로병（progeria:빨리 늙는 병） 환자.
1m20에서 성장이 멈췄고, 피부는 노인처럼 늙었으며 얼굴과 몸이 너무나 마른 희귀한 병에 걸린 그가 첫번째 소원인 `180만명 재미동포의 희망' 박찬호를 만났다.
평점이 3.8점으로 Ａ+의 우등생인 혁이는 평생 이날 만큼 즐거운 날이 없었다.
환한 미소로 반기는 박찬호와 만난 혁이는 첫번째 희망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듯 다소 어색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맑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박찬호는 혁이를 클럽 하우스로 데리고 들어가 지나가던 노모와 악수를 시키고, 러셀 감독과도 인사를 시켰으며, 자신이 직접 쓰던 글러브와 모자 등에 사인을 해 가냘픈 혁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
항상 ＵＣＬＡ 모자를 쓰고 다니는 혁이를 본 ＵＣＬＡ 출신 1루수 에릭 캐로스와 3루수 토드 질이 다가와 악수를 건넸고, 캐로스는 사인까지 해주었다.
지난 81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난 혁이는 출생 수개월만에 이 병에 걸렸고 지난 83년 보다 나은 치료를 위해 전 가족이 미국 이민을 와 치료에 전념하고 있으나 아직은 치유약이 없는 상태.
헤스켈 국민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했을 정도로 성적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당당한 혁이의 생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조로병의 수명인 13살을 훨씬 넘기고 있는 혁이는 박찬호를 만나는 꿈을 이루었고 UCLA 출신 스타들과 악수를 나눠 두번째 꿈을 간접 실현시켰다.
"오늘은 내가 태어난 후 가장 기쁜 날"이라는 혁이는 "어려운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찬호형을 만나는 꿈을 이루었으니 더욱 열심히 노력해 반드시 ＵＣＬＡ에 입학할 것"이라며 남은 소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박찬호는 "내가 혁이에게 힘이 된다니 기쁘다. 그렇지만 혁이는 너무 당당하고 똑똑해 오히려 나에게 힘을 주고 있어….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자주 연락하자"며 격려를 잊지 않았다.
혁이는 같이 온 친구들과 함께 박찬호가 구해준 티켓으로 다저스_콜로라도와의 경기를 관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