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브라질유학 이장수 전일화감독 긴급제언
기사입력 1997년 06월 24일 14시 53분
브라질에 축구유학 중인 이장수（李章洙．41） 전 일화감독이 지난 22일 벌어진 97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를 지켜본 후 본사에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한 긴급제언을 해왔다.
6월22일 오전 5시 30분（현지시간） 긴장에 싸인 채 TV앞에 앉았다. 한국과 브라질전은 이곳에도 생중계됐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는 더할 수 없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곧이어 참담함으로 이어졌다.
3대10. 당장 브라질 축구관계자들을 만나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이제 우리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 지금 이곳 브라질엔 일본과 중국의 유소년과 청소년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며 브라질축구를 배우고 있다.
중국은 벌써 1년전에 상파울루서 약 3시간 정도 떨어진 외곽에다 축구장과 숙소를 만들었다. 덕분에 매월 지도자들과 나이 어린 선수들이 몰려와 집중적인 교육을 받는다.
그중 기량이 뛰어난 30∼50명의 청소년들은 아예 이곳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더 오래됐고, 더 치밀하다. 어릴때부터 시설이 좋은 곳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곳에는 `극동 3강' 중 한국선수만 없다.
중국처럼 브라질에 땅을 사서 잔디구장 2∼3면을 만들고 숙소까지 짓는데는 대략 20억∼30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이곳 몇몇 클럽의 관계자들은 나를 볼 때마다 "한국은 중국보다 돈도 더 많을텐데 왜 여기서 훈련을 하지 않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 말이 전세계 각국리그에 1천400∼1천500명의 선수가 진출해 있는 축구강대국의 거드름만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지도자들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브라질 대표팀의 자갈로 감독은 요즘 연일 언론에 두들겨 맞느라 정신이 없다.
얼마전 프랑스에서 벌어진 4개국대회서 당연한（?） 우승을 못한데 대한 화살들이다.
이곳 한 신문의 1면 머릿기사 제목이 `자갈로 공부해야 한다'였을 정도다.
`이렇다할 연구와 노력없이 브라질의 전통적인 힘만을 믿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라질축구는 그렇게 힘들고 아프게 정상을 유지해가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아시아의 맹주'라는 자만을 벗어던지고 악착같이 배워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아시아'라는 우물을 벗어나야 한다. 세계축구는 우리가 쉬는 사이에도 끝없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