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감독] 속타는 '만만디'심정
기사입력 1997년 06월 24일 14시 48분
한화 강병철감독의 별명은 `만만디'다.
중국말로 `느긋하다'는 뜻으로 아무리 화급한 일이 있어도 초조해 하거나 조바심을 내는 법이 없다.
그라운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마치 승부를 초월한듯 승패에 상관없이 특유의 무표정이다.
그러나 최근 성적은 `만만디'의 표정에 변화를 일게 하고 있다.
21승2무 35패로 7위.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승률을 5할로 볼때 산술적으로는 희망이 있지만 상위 4개팀의 전력이나 성적으로 볼때 절망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강병철감독의 얼굴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속마음은 용광로처럼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강감독은 "평생 야구를 하면서 올해처럼 이렇게 많이 져본적도 없다"는 말로 애타는 심정의 일단을 내비쳤다.
강감독의 불타는 심정은 선수교체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사소한 실책이나 작전에 충실하지 못한 선수들은 경기도중 가차없이 교체하는 등 막강한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
믿는 선수는 세상이 바뀌어도 한없이 밀어주는 강감독으로서는 엄청난 변화다.
아직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일까.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빙긋이 웃음만 지을뿐 이러쿵 저러쿵 말이 없다.
"확실한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구단 관계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수치의 가능성과 불투명한 현실.
`만만디 감독'의 무표정은 과연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