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남이 한 약속도 지킨 암스트롱
기사입력 1997년 06월 24일 14시 18분
약속대로 지난 회에 이어 다시 약속 이야기.
`지금'을 위해 `나중'을 파는 사람이 많다.
무지하게 어려운 법률용어에 `혼빙간'이 있다.
`결혼을 해 줄터이니 뭔가를 하자'고 해 놓고 그 약속을 다 신은 신발 집어 던지듯 한 사람에게 지우는 벌이다.
어른들이 자주 짓는 이와 유사한 죄가 또 있다. 뭐냐구? `자빙성'이다.
몇 등을 하면 MTB자전거를 사 주겠노라….
자전거를 빙자해서 자식의 성적 올리기다. 그런데 간혹 자전거가 롤러스케이트 정도로 바뀌는데 이것도 명백한 위반이다.
결혼한다고 해 놓고 데이트 몇번으로 때우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달만 보면 오직 빈대떡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필자는 위대한 `어떤 약속'을 떠 올린다.
이 약속은 위대한 이유가 있다. 이 사람이 한 것은 다른 사람이 했던 약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켰다.
이 사람은 토끼 다음으로 달나라에 간 `닐 암스트롱'이다.
암스트롱이 달 탐사를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는 우주선에 다시 타는 모습이 전세계에 중계됐었다.
그 때 그의 입에서 작게 중얼거리는 말도 전파를 탔는데 내용은 `고르스키씨, 참 좋겠수！'였다.
미국 사람이니 한국말 아닌 영어로 했지. `Goodluck, Mr Gorsky！'
사람들은 고르스키가 누구냐고 집요하게 물었지만 그는 웃기만 할뿐 대답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소련의 우주인 중에 `고르스키'（이름이 완죤히 로서 아식 아닌가）가 있을 것이고 닐이 빈정댔을거라고만 짐작을 했다.
그러나 소련의 우주인 당사자나 사돈네 팔촌 중에도 `고르스키'씨는 없었다.
미국인들도 과거에 집착（?）해서 대선자금등을 기어이 파헤치려는 국민성을 지녔는가.
세월이 흘러 닐 암스트롱의 달나라 탐사도 거의 30년 가까이 지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닐이 한 대학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왔을 때 어떤 기자가 과거청산을 하자며 다시 물었다.
"고르스키씨는 누구였습니까?"
그러자 닐 암스트롱은 이제 고르스키씨도 작고를 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며 입을 열었다.
"어렸을 때 야구공을 찾으러 이웃집으로 넘어 갔는데 그 집 고르스키씨 부부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어요. 부인이 외치더군요 `이 양반아, 자기가 뭐가 예뻐서 69식을 해줘요. 흥！ 옆집 닐이 달나라에 가면 해 주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남이 한 약속도 대신 지켜 주는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