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욱 감독] 대우를 넘어라
기사입력 1997년 06월 23일 14시 46분
프로축구 울산 현대 고재욱 감독（47）이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넘을듯 넘을듯 보이던 `대우 고개'가 한발씩 도망가는 신기루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고감독은 쾌재를 불렀다.
라피도컵 1위인 대우가 전남과 0대0으로 비겨 4승2무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대가 22일 비교적 약체인 대전을 꺾으면 1위로 치솟을 결정적 찬스였다. 하지만 현대는 무기력한 경기끝에 2대2로 비겨 3승3무로 2위에 그대로 주저 앉았다.
고감독은 대전에 승리하고 오는 29일 대우를 홈인 울산으로 불러들여 정규리그 대권의 발판을 다질 심산이었다.
시즌 개막리그인 아디다스컵에서 대우에 아깝게 우승을 넘겨준 현대와 고감독의 심상치 않은 조짐은 지난 2월 호주 전지훈련 때부터 싹텄다.
20년지기인 이차만 감독이 이끄는 대우와의 연습게임에서 3전전패를 당한게 시즌내내 아픔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당시 고감독은 기량 테스트를 염두에 두고 전선수를 고루 기용한 반면 이감독은 `현대 극복'의 호기로 보고 베스트 멤버를 내세웠었다.
전지훈련에서 응집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대우는 아디다스컵에 이어 라피도컵도 포옹하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반면 라피도컵 2연패를 노리는 현대는 삼성과 유공을 견제하다 예상치 않았던 대우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형국이다.
하지만 고감독은 "징크스는 없다"고 단언한다. 오는 29일 대우와 정면대결에서 실력차이를 분명히 보여 주겠다는 것.
그러나 대우와의 한판승부에 앞선 지난 22일 대전전에서 박정배 송주석 신홍기가 줄줄이 경고를 받아 고감독의 속은 여유있는 겉표정과는 다르다.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각축전이 그대로 나타나는 축구판의 승부는 과연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