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부부'성 함께 썼을때 문제점
기사입력 1997년 06월 20일 14시 45분
우리 성씨를 두고 단음절로 간단히 끝나서 외우기 좋다는 서양인들도 더러 만났다. 그런데 우선 짧아서 발음과 쓰기가 모두 편한 성씨를 늘려서 쓰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김'씨를 `완도에서 나는 해태'씨나 `기이이임'씨… 뭐 이렇게 늘리자는 것이 아니고 부모 중 굳이 아버지 성인 `김'만 취할 것이 아니라 공동제작자(?)인 어머니의 성, 예컨대 `유'나 `박'등을 넣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필자는 `김유재화'가 될 것이다.
이 주장은 컴퓨터 통신의 특출난 여류문사 `신정모라'씨가 강하게 주장을 하는 모양인데 아빠 공(功)말고도 엄마 공을 이름에 새기자는 취지가 공감이 아니 가는 바는 아니지만, 더 큰 문제점은 왜 생각지 못하셨을까?
문제점1－모든 간판이나 인쇄물의 제작비가 글자수의 증가에 따라 더 든다. 특히 명함의 긴 이름이 주소 보다 더 길게 씌어질 수도 있다.
문제점2－이름을 겨우 외웠다 싶으면 성이 맹씨인지 명씨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머리가 나쁜 사람은 사람 이름을 외우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남궁씨가 선우씨와 결혼을 해서 옥분이라는 딸을 낳았다 하자. 그 아이는 `낭궁선우옥분'이 되어
어디까지가 성이고 어디부터가 이름인지 알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문제점3－이 건 아주 중요하다. 본보에서도 얼마전 음성학전공 유만근교수의 주장을 실은 적이 있는데 `발음상의 끔찍한 문제'발생이 심히 걱정된다.
`김김영철'해 봐라. 주위로부터 `너 동성동본 사이에서 반칙으로 태어난 아이 아니니?'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둘씩 짝지었을 때 어감상 아주 민망해지는 경우도 생길 터인데 다음 콩트를 보시라.
남 "선을 보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는 변우민입니다."
여 "저도 반가워요. 저는 태현실이에요."
남(벌떡 일어서며) "정 들기 전에 헤어집시다. 우리 자식 변태 만들 일 있습니까?"
어디 `변태'씨분이겠는가. 여우, 배추, 오이, 우표, 고추, 소주, 염소… 등은 양반이라 치자. 오강, 방구, 임신, 신음, 유방, 피임, 음모…등은 참으로 곤란하지 않겠는가.
부록으로 한가지를 더 알려 드리면 우리의 성씨란 한 글자만으로도 직업과 연결하면 떨떠름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남씨 성가진 여선생, 여씨 성가진 남선생, 새로 온 구사장, 이미 떠난 신사장, 30년 봉직한 조교수, 임용기간 1년밖엔 안된 정교수, 신참 정감독, 고참 조감독, 변소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