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구장] 홈런공장
기사입력 1997년 06월 19일 14시 57분
`마법의 성'.
대구구장이 요술에 걸려있다.
방망이를 곧추세우곤 "홈런 나와라, 뚝딱"하면 금세 대포가 와르르 쏟아진다.
18일 현재 올시즌 대구구장에서 나온 홈런수는 24경기에서 73개, 경기당 3.04개가 터진 셈이다.
이 중 홈팀 삼성이 넘긴 것은 50개, 방문팀은 23개.
49경기를 치러 51개의 홈런을 작성한 서울 잠실, 부산 사직（28개）은 둘째 치고라도 구장 면적이 비슷한 광주（51개） 인천（50개） 대전（39개）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기세로라면 역시 대구구장이 갖고 있는 시즌 특정구장 최다홈런（165개, 90년） 기록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다.
홈런 수가 많다보니 좀체 보기드문 갖가지 진기록들이 쏟아졌다.
지난달 4일 한 경기 팀 최다홈런（9개, 삼성）이 세워진 것을 비롯, 이종범과 양준혁이 2개의 홈런으로 맞불을 놓은 지난 18일엔 해태（5개）와 삼성（6개）이 한 경기 최다홈런（11개） 기록을 갈아치웠다.
홈런이 쏟아지는 것은 좌우 95m, 가운데 117m로 펜스가 짧아진 것이 일차적인 원인.
작년 11월 "화끈한 야구"를 표방하며 펜스를 좌우 4m, 가운데 3m, 높이 3m를 줄였다.
바람탓도 크다.
대구구장은 홈런 많기로 유명한 미국 프로야구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필드처럼 바람 잘 날이 없어 "제법 잘맞은 타구가 외야로 가면 바람을 타고 홈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또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부분은 홈팀 삼성에 장타자가 많다는 것.
"구장이 짧으니까 홈런타자가 많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을 펼칠 법도 하지만 양준혁 이승엽을 앞세운 화력을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
삼성의 홈런공세에 LG는 `부정방망이' 의혹을 제기했지만 해태는 사사키를 들고 나서 5개의 홈런으로 응수했다.
삼성이 대구구장을 홈런공장으로 만든 것은 방망이 때문이 아니다.
펜스도 짧아진데다가 삼성선수들이 잘 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