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구 관전평]OB 박명환 볼배합 끝내줬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19일 01시 00분
OB 선발 박명환의 투구는 타격 컨디션이 좋은 팀이라도 쉽게 치기 힘들 정도로 발군이었다.
특히 절묘한 볼배합을 칭찬해 주고 싶다.
초구에 최고시속 148㎞의 강속구를 몸쪽으로 꽂아넣어 타자들을 잔뜩 위축시킨 다음에는 어김없이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유인했다.
현대 타자들은 하나같이 박명환의 낙차 큰 슬라이더에 헛스윙으로 일관했다.
반면 현대 선발 위재영은 허리통증으로 로테이션에서 한번 빠졌다가 10일만에 등판한 탓인지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3회 정수근과 5회 이정훈에게 맞은 홈런은 똑같이 몸쪽 높은 코스였는데 정상 컨디션이었다면 위재영이 이런 어정쩡한 실투성 공을 던졌을 리 없다.
거기다 위재영에게는 심적인 부담감도 컸다.
주전타자들이 대거 빠진 상태여서 1∼2점 내로 막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중압감 때문에 전체적인 투구 밸런스가 더 빨리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현대는 초반에 공－수에서 2차례의 실책성 플레이로 맥이 빠지고 말았다.
1회말 1사후 4구로 나간 2번 김인호는 3번 김광림이 히트앤드런 작전 때 공을 쳐내지 못하자 황급히 1루로 돌아오다가 아웃되고 말았다.
이미 스타트를 끊어 중간쯤까지 달렸다면 김광림이 치고 못치고 상관없이 계속 달려서 아웃되더라도 2루에서 아웃됐어야 마땅하다.
3회초 1사후 현대 좌익수 윤덕규는 황일권의 타구를 잡아내지 못해 3점 홈런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물론 잡기 쉬운 타구는 아니었지만 일단 글러브에 들어갔던 공을 놓친 것은 아쉬움이 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