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염라대왕의 거짓말 탐지기

기사입력 1997년 06월 18일 14시 23분


정치인을 보는 시선은 동서양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비어스는 자기 책 `악마의 사전'에서 정치인을 `바다나 강이 없는데 다리를 놓겠다는 사람'이라고 썼다.

다리를 놓겠다느니, 뭘 짓겠다느니… 등등은 우리 한국의 정치인들이 하는 단골 공약이 아닌가.

따지기 잘하는 유권자 한사람이 임기가 끝나도록 다리는 커녕 다리의 다리(＝교각) 하나도 세우지 않은 정치인에게 어떻게 할거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그 지역의 정치인 왈 "이미 육교를 세우지 않았어요！ 그리고 가끔 결혼 중매나 주례를 보는데 그것도 남녀의 다리를 놔 주는 일 아닌가요！?"

정치인이 뭘 먹거나 먹은 뒤에 입 씻고 시치미를 떼는 데도 선수라는 건 이미 하늘에까지 소문이 났는지 지옥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회사 간부와 공직자, 정치인이 염라대왕 앞에 갔다.

염라대왕 "그 전에는 모두 눈치로 때려 잡은 심사를 했으나 당신들의 거짓말은 워낙 단수가 세서 첨단 과학 장비의 도움을 받기로 하겠노라. 이 탐지기에서 삐∼ 소리가 나면 지옥행이니라. 그대들은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는가?"

회사 간부 "업자가 주는 돈 5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삐삐이∼ "사실은 5천만원입니다."

공직자 "기업인이 1억원을 주길래 100만원은 용돈으로 쓰고 나머지는 돌려…."

삐이이！ "그 그게 바뀌었군요."

마지막으로 정치인 옷깃을 여미며 "어흠∼！ 저는…."

삐삐삐이이이∼ "난 아직 말도 하지 않았어요."

염라 "숨쉬는 거 말고는 전부 거짓말이라는 뜻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철저히 `5신'을 지킨다나.

그 5신이 뭔고 하니_

우정은 철저히 배신.

등치는 데는 귀신.

민원을 들어 주는데는 등신.

뇌물을 받는데는 걸신.

구속될 때는 철저히 끌고 들어 가는 물귀신.

이번 대선에서 뽑히는 사람은 제발 앞의 5신과는 거리가 있는 이런 `5신'이 나왔으면….

정책은 참신, 자세는 근신, 몸가짐은 조신, 맑은 정신, 일처리는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