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 '공포특급'

기사입력 1997년 06월 18일 14시 12분


한때 누가 그를 `순둥이'라 했을까.

지금 마운드에 선 LG 최향남（26）의 눈빛은 매섭다.

야구장의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최향남은 `공포특급 1호'다.

렌즈에 바짝 눈을 대고 있다가 타자를 쏘아보는 최향남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마주치면 불에라도 데인 듯 화들짝 놀란다고.

"자신있습니다. 어느 타자랑 맞서도 `칠테면 쳐봐'하는 맘이에요."

벌써 5연승（무패）.

1.84의 짜디짠 방어율 1위를 자랑하며 승률 100％의 쾌속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프로 데뷔 8년만에 비로소 꽃을 피운 최향남은 요즘 야구가 너무나 즐겁다.

지난 11일 광주 해태전의 선발등판을 앞둔 전날 밤에는 꿈속에서 난데없이 예비군 훈련에 소집됐다.

야구장에 가야 한다고 안절부절 떼를 쓰다 잠을 깼단다.

"야구 못하는 꿈이라니, 이제까지 꿔본 중에 가장 지독한 악몽"이었다고 도리질이다.

남들이 뭐라 해도 최향남은 해태서의 7년을 소중한 배움의 시간으로 기억한다.

"표현을 잘 안하시는 무뚝뚝한 분이시지만 김응용 감독님이 많이 아껴주셨습니다."

한번 크게 기를 편적은 없어도 호랑이의 근성이 자신의 맘속에도 속속들이 배어 있다고 믿는 최향남이다.

LG 벤치는 6월의 에이스 최향남이 더없이 고맙다.

새내기 전승남, 노장 김용수가 차례로 선발 마운드의 든든한 중심축을 이어주더니 조금씩 힘이 부치는 틈을 타 어느새 최향남이 주축 투수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계산했다고 하면 안믿기시죠? 저희 팀이 운도 좋은 모양입니다."

싱글벙글한 유종겸 투수코치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