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불타는 포항 (5)

기사입력 1997년 06월 18일 14시 11분


김포공항은 긴장감으로 휩싸여 있었다.

경제는 물론 민정당 대표위원까지 지낸 정치거물.

포철신화의 주인공.

YS 박해의 상징적 인물. 박태준, 그가 돌아오는 날이다.

그의 영향력이 이 나라에 얼마나 남아있는지, 지지세력은 얼마나 되는지, 97대선에 변수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아무튼 박태준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국민들 눈과 귀를 모으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가 한국경제에 끼친 막대한 공로 또한 쉽게 잊어서도 안된다.

더구나 경제가 전례없는 불황이라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감 또한 적지 않다.

취재기자, 카메라 기자가 몰려들었다.

입국 30분전이다. 이종민은 일간지 기자들 틈에 끼어 초조한 듯 입국자 현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삐_ 삐_."

핸드폰 벨이 울렸다.

"네. 이종민 입니다."

"이기자. 나야."

허원행 목소리다.

"네. 소장님. 곧 나오실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 수고많아. 난 지금 포항에 와있어."

"포항요?"

"거기 최재욱 의원님을 찾아봐. 내가 말씀드려 놓았으니까."

"알겠습니다."

"찾아봅고, 차로 포항까지 따라와. 알겠지. 잘 협조 하실거야."

이기자는 일간지 선배들을 찾아 최재욱 전 비서실장을 찾아냈다. 전관예우를 갖추느라 `최의원'으로 불렀다. 키가 작고, 아주 인자해보이는 얼굴이다. 도저히 정치가답지 않은 이웃집의 친근한 아저씨 같았다.

"죄송합니다. 저… 최의원님 맞으시죠?"

"그… 런데요. 아가씨는… 누구시죠?"

"저 `비젼21' 이종민 기자입니다."

"아. `비젼21'. 취재차 나왔나요?"

"네. 저희 소장님이 찾아 뵈라고 하셔서요."

"그래요? `비젼21'이 표지에 회장님 실어준 일이 있었죠. 회장님께서도 고맙게 생각하고 계시고요. 잠깐, 이기자. 나 좀 봐요."

최의원이 이기자를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지난 총선때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패배의 쓴 잔을 마신 일이 있었다. 그리고 박회장의 측근중 측근이다.

"여기서는 아무 것도 취재할게 없어요. 사진기자가 나오시는 것만 찍으면 돼요. 곧바로 포항으로 가십니다."

"네? 서울에 머물지 않고요."

"포항에 가면 오션파크라는 작은 호텔이 있습니다. 거기서 성명 발표하시니까 바로 포항으로 가세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협조 많이 해 주세요."

이종민은 사진기자에게 입국하는 박회장 모습을 찍도록 부탁한 다음 서둘러 광장으로 달려나왔다. 포항으로 간다.

`앞으로 포항은 선거전으로 불타오를 것이다. 여기는 다른 보선지구와 다른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