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철] '딸과 함께 배낭메면 부녀애 절로'
기사입력 1997년 06월 17일 15시 09분
딸과 함께 배낭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일지를 묶어 책으로 펴낸 아버지가 있다.
의료제품 유통업체 `제일통상' 대표 강인철씨（53）.
강씨는 지난해 여름, 딸 자영양（21．한양대 식품영양학）과 함께 38일간 유럽 14개국을 돈 뒤 이달초 `아빠와 딸이 겪은 유럽문화 체험기'란 부제를 단 수필집 `가서 본 유럽'（도서출판 혜인）을 펴냈다.
강씨가 여행기를 쓴 것은 이번이 두 번째. 4남 1녀를 둔 강씨는 지난 95년 아들 넷만 데리고 미국 배낭여행을 다녀온 뒤 `라이브 인 USA'란 책을 썼던 것.
"당시 막내딸은 고3이란 이유로 명단에서 제외시켰던 건데 `여성차별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해서 이번엔 딸과 단 둘이 배낭을 꾸린 거죠."
책은 6개월간의 준비과정을 포함, 돈 안들이고 여행하는 법 등 배낭여행을 위한 자료들을 위주로 쓰여졌지만
그보다는 아버지와 딸이 여행을 통해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끈끈한 부녀애（父女愛）를 확인하는 과정을 감동적인 필체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여행 전 아버지와 딸의 생각은 분명히 달랐다.
아버지는 `여행이란 머리로 배운 것을 몸으로 복습하는 것'이란 다소 고리타분한 생각을 갖고 있던 반면 딸은 `즐길 것은 즐기고 쇼핑도 빼놓지 말자'는 식의 신세대다운 의도였다고.
"평균 닷새에 한번씩 싸웠어요.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어느새 부녀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헝가리에서는 자꾸 토라지는 딸에게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윽박질렀다가 나중에 생리중인 것을 알고 딸에게 잘못했다며 빌기도 했다고.
38일간 유럽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다는 강씨부녀의 여행비용은 왕복항공티켓을 포함해 1인당 240만원.
비슷한 기간 패키지 여행상품（약 500만원）의 절반도 안되는 돈이다.
강씨는 "여행이 끝난 뒤 딸은 기성세대를 이해하는 성숙한 젊은이가, 나는 여성을 존중하는 페미니스트가 돼 있었다"며 "다음번 여행땐 아내（장금호씨．53）도 포함시켜 온가족이 함께 세계일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