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팀] 가난한 살림살이 설움딛고 '우뚝'
기사입력 1997년 06월 17일 14시 52분
`불운의 모래판 4룡（龍）'이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한보 진로 세경진흥 우리금고 등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빈사（瀕死）상태에 빠져있는 4개 씨름팀이 지난 16일 끝난 남원장사대회에서 나란히 좋은 성적을 올려 팀에 활력소를 찾게 된 것.
한보는 15일 한라장사 결정전에서 그동안 무명이나 다름없던 모제욱（22）의 우승으로 창단 2년만에 최고의 경사를 맞았다.
비자금사건으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정태수 총회장이 이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을 만큼 한보에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낭보（郞報）'였다.
그룹전체에 불어닥친 `감량（減量） 경영'의 회오리바람속에 존폐의 위기를 맞았던 진로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회생의 계기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간판 스타인 김봉구（22）가 이전의 천하장사에 해당하는 남원장사에 등극함으로써 한보와 똑같이 창단후 처음으로 꽃가마의 주인공을 배출하며 창단초기와 같은 정상상태로 복귀할 수 있는 분위기 마련에 성공한 것이다.
세경진흥과 우리금고도 대외적으로 `팀존속의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세경진흥은 씨름사상 최고액인 3억5천만원을 투자해 영입한 황규연（22）이 남원장사 결승전에서 김봉구에 패해 맥이 빠지기는 했지만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았느냐"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조흥금고에서 지난달 31일자로 `간판'을 바꿔단 우리금고는 천하장사 2회 경력의 김정필（24）이 남원장사 결정전에서 선전을 거듭한 끝에 3위에 올라 "우리팀에도 스타는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이들의 이같은 선전은 무엇보다도 씨름계 전체에 "어떻게 하든 이들 4개 씨름팀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