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세대교체 (2)
기사입력 1997년 06월 17일 14시 14분
시커먼스의 나이는 벌써 11살.
조숙한 곰이 7∼8살이면 제법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을 감안하면 시커먼스는 이제 골목대장에 만족할 나이가 아니었다.
더구나 어릴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제또래 곰들과 싸우며 커온 경력을 가진 시커먼스는 97년 봄을 맞아 `탈 꼬마'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시커먼스 역시 왕의 특권인 암곰과의 데이트를 싫어할 리 없었다.
성기능을 갖추었을 때부터 왕의 눈을 피해 암곰의 유혹을 즐기던 시커먼스는 97시즌이 시작되자마자 다리를 뻣뻣하게 펴고 걷는 등 본격적으로 대권 경쟁에 나섰음을 선언했다.
시커먼스가 출사표를 던짐에 따라 왕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해 챔피언 맘모스를 비롯해 곰보살, 킹콩의 3파전에 다크호스로 시커먼스가 나선 것이다.
그래도 지난해까지 `빅 3' 멤버의 하나였던 공원이 사라지는 바람에 그나마 경쟁률이 줄어들었다.
90년 곰 사파리 개장 때 서울대공원에서 스카우트돼왔던 공원은 그동안 왕은 한번도 되지 못했지만 해마다 왕위 쟁탈전 때 `줄서기'를 잘해 권력구도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언제나 2인자'를 자처해왔던 공원은 지난해 가을 지방 동물원으로 방출됐다.
사육사들은 2인자를 노리는 공원보다는 승패에 관계없이 왕위를 노리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시커먼스를 키우는 게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육사들의 의도대로 97 왕위 쟁탈전은 4파전으로 시작됐다.
사파리에서 잔뼈가 굵은 `신인 후보' 시커먼스는 자신이 4위라는 판단을 하고 서열 상승을 위한 희생물을 찾았다.
시커먼스가 찍은 첫번째 상대는 킹콩이었다.
킹콩은 덩치는 크지만 아직까지 왕위에 한번도 오른 적이 없는 데다 예전에 한번 되게 얻어맞은 적이 있어 복수를 겸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지난해 챔피언인 맘모스나 그동안 2번이나 왕위에 올랐던 곰보살이 벅찬 상대라는 판단은 비교적 정확한 것이었다.
시커먼스는 그만큼 싸움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이 빼어난 파이터였다.
따사로운 봄햇살을 꽃샘바람이 가로채던 4월초 시커먼스는 킹콩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