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뚫렸다' 한마디에 생각은 제각각

기사입력 1997년 06월 16일 14시 17분


이건 어떤 심리학자에게서 들은 야그인데, 사람들이 만든 말이 역지사지（易地思之）임에도, 남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드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봐야 한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관점에서 모든 걸 생각하게 마련이란다.

요즘 이른바 대권주자들의 토론회가 이 방송 저 방송에서 쉼없이 열리고 있다.

그들의 말은 내용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자기가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A후보 "어려운 경제를 대나무 장대로 건져야 합니다. 대를 창처럼 깎으면 뾰족한 수가 보입니다."

B후보 "신라인들이 에밀레종을 쳤던 기상으로 우리도 이제 종을 쳐야 합니다. 차안∼ 조옹∼！"

C후보 "우주도 변합니다. 금성（金星）이 LG가 됐잖습니까? 수성（水星）도 여러분 가까이서 빛나는 별이 될 겁니다."

D후보 "아류 디제이인 DJ DOC도 가요계를 평정하지 않았습니까잉? 그런 디 원조 DJ이인 나가 못할 것이 뭐 있겄소?！"

E후보 "상병이 병장되고 전무가 사장되는 것이 세상 이치 아녀유? 나는 이미 2인자 자리를 해 봤시유.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일계급 승진하는 것이 당연해유！"

FGH….

이처럼 모든 걸 철저하게 자기 관점에서만 보고 생각한다.

혹 시간도 있고 지독하게 심심하시거들랑 이런 실험을 해 보시기 바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 근처, 육교 위나 호텔객실 등에서 고함을 지른다.

"뚫렸다！"

그리고 근처서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한다.

"퍼뜩 떠오른 생각이 뭐였습니까?"

*산동네 주민－"꽉 막힌 동네 하수구가 뚫려서 올 장마는 무사히 넘어 가겠구나."

*만성 변비환자－"막힌 X구멍이 뚫렸다니 참으로 시원하더구먼."

*터널 인부－"혹시 내가 오줌을 누고 있을 동안에 터널이 개통됐다는 말인가！"

*군인－"공비들이 철벽포위망을 뚫었다는 건가！ 큰 일이네."

*귀경객－"아휴！ 이제 차들이 제대로 빠지겠구먼！"

*어떤 아가씨－"…아픈 추억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