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미즈노방망이. 대기만 해도 안타야'

기사입력 1997년 06월 16일 14시 17분

◇…LG 해태 삼성 OB의 4강권 싸움, 각팀간의 활발한 트레이트 교섭 등으로 바쁜 한주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LA다저스의 박찬호는 5승째（3패）, 주니치 선동열은 19세이브를 올리며 승승장구, 야구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줬습니다.

◇…LG를 끔찍하게 아끼는 할머니 팬이 지난 14일 전주구장에서 `약식 고사'를 지냈습니다.
전주구장에서 작년 5월23일부터 지난 13일까지 10연패하자 부정한 기운을 쫓는다며 운동장에 `소금'을 뿌리고 선수나 코치, 구단관계자들에게 "오늘은 분명히 이길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러나 야속하게도 이날은 갑자기 쏟아진 우박 탓에 재역전의 기회를 놓친 채 4대6, 다음날은 4대5로 져 전주구장 12연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롯데가 미제 미즈노배트를 처음 쓴 지난 11일 덕아웃광경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날 현대에 12대2의 대승을 거뒀는데 경기내내 벤치에선 "휘두를 필요없다. 미즈노는 그냥 대기만 해도 안타"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유일하게 사사키방망이를 썼던 박종일도 5번째 타석에서 미즈노배트로 데뷔 3년만에 첫 홈런을 날리자 구단은 다음날 미국에 긴급연락, 미즈노배트 500자루를 구입하기로 했답니다.

◇…한편 미즈노배트와 관련 `신조어'가 많이 생겼습니다.
`미즈노 이펙트' `미즈노 시프트' `우주선 도료' `미즈노 플라시보' 등이 그것이죠.
미즈노 이펙트（효과）는 미즈노 방망이를 써 타력이 활기를 띠게 된 것, 미즈노 시프트는 미즈노방망이로 치면 타구비거리가 커 정상 수비 위치보다 뒤로 서야 한다는 뜻이죠.
미즈노배트의 도료가 우주선에 칠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방망이가 좋은게 아니라 "단지 기분상으로 느낄뿐"이라는 점에서 플라시보 효과가 대두되기도 했죠.
16일 KBO의 공식발표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16년째인 프로야구로선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 사건이었던 것 만은 분명합니다.

◇…해태 김응용감독이 광주구장의 내야그라운드 때문에 크게 화를 냈습니다.
시즌초반부터 울퉁불퉁한 내야 그라운드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던 김감독은 지난 14일 롯데전에서 2차례의 불규칙 바운드가 점수로 연결되자 분통을 터뜨렸는데요.
경기뒤 코칭스태프 미팅을 소집한 김감독은 "구단의 임시방편식 관리가 선수들의 경기력을 망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입니다.
김감독은 지난 겨울 구단에서 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운동장 배수로 공사를 할때부터 "그 정도 공사로 생색을 낼 바엔 안하는만 못하다"고 반대했었습니다.

◇…현대 정몽헌구단주가 지난 14일 인천구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고 금일봉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정구단주는 지난달 24일에 이어 올시즌 삼성과의 경기때에만 금일봉을 건넸는데요.
현대관계자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하지만 올시즌 현대가 유독 재계의 라이벌인 삼성에만 4승1무3패로 우위를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지난 8일 현대에서 쌍방울로 트레이드된 공의식과 강영수의 백넘버에 얽힌 얘기가 재미있습니다.
공의식의 배번 `00'을 두고 주위에서는 이름에 `공'자가 들어가니까 `0'을 두번 넣은 것이라는 설, 100㎏에 육박하는 빵빵한 체구에 어울리게 `빵빵'번을 받은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 `33'번을 배정받은 강영수는 "내가 `삼삼'한 남자인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며 능청을 떨어 주위를 웃겼습니다.

◇…한화가 트레이드 인기구단으로 떠올랐습니다.
투수진과 발빠른 야수들이 많아 타 구단의 유혹이 끊이질 않았던거죠.
이미 나성열 김성한을 한화에서 데려온 쌍방울은 `심성보 카드'로 투수 이상목에 손짓을 보냈지만 심성보가 현역입영대상이란 이유로 깨끗이 거절당했답니다.
또 롯데는 투수 김상현 윤형배와 한화 내야수 정경훈 이민호의 2대2 카드를 내밀었지만 역시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차가운 대답만 들었답니다.
그러자 한화구단관계자는 "정작 좋아하는 총각은 꿈쩍도 않고 탐탁찮은 짝사랑만 받고 있는 처녀의 심정"이라며 묘한 표정을 짓더군요.

◇…삼성은 현대로 이적한 김광림의 맹활약에 쓰린 가슴을 달래고 있답니다.
삼성은 지난 6월 초순경 쌍방울과 김광림을 트레이드하기로 합의, 최종 결재만 기다리고 있다가 구단 최고위층에서 "작년 고참들을 정리해놓고 다시 노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해 막판에 결렬된거죠.
이에 대해 현장에서 팀전력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선수를 책상에 앉아 거부한 것은 `사람에 따라 옷을 맞춘 게 아니라 옷에 사람을 맞춘 논리'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마 롯데시절 타구에 맞아 이빨이 모두 부러지는 바람에 틀니를 끼고 있는 LG 천보성감독이 다시한번 `이빨' 때문에 수난을 겪었습니다.
지난 11일 광주 해태전 도중 위쪽 틀니 중 하나가 깨진 것을 발견했지만 치료를 못하고 고통을 참아내다 지난 13일 쌍방울에 진 뒤 통증이 심해 평소 즐기던 코치들과의 대화도 간단하게 끝내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천감독은 원정 6연전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깨진 틀니를 고칠 때까지 불편함이 이만저만 아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