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평] 높은 완성도 불구 질질끌기 악습
기사입력 1997년 06월 16일 14시 17분
드라마는 갈등의 표출이다.
애정의 갈등이든 빈부의 갈등이든 신분상의 갈등이든 기본 전제는 언제나 갈등이라는 뼈대 위에 서 있다.
때문에 그 갈등 구조를 얼마나 짜임새있고 극적으로 표현하느냐에 따라 흥미와 관심도는 달라진다.
요즘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KBS 1TV `용의 눈물'은 강렬한 남성 드라마다.
현재 이 드라마는 이방원이 정도전을 제거한 뒤 둘째형 방과를 정종으로 옹립시키고 혁명군과 원로 대신들과의 갈등 과정을 거쳐 자신이 태종으로 등극하는 계기가 된 `2차 왕자의 난'을 향해 바삐 달려가고 있는 형국.
그동안 이방원－정도전의 권력 갈등 구조로 펼쳐져 온 이 드라마는 이번주 전체 104부작 중 중반을 넘어선 57∼58부작이 진행 중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바로 다양한 갈등 요소를 지닌 짜임새있는 줄거리와 대본, 탄탄한 연기력과 연출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30％의 높은 시청률에는 대선을 앞두고 진행 중인 정치적 사회적 관심사도 한몫을 하고 있다.
명퇴 분위기속에 잔뜩 위축돼 있는 남성 시청자들은 권력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주인공들의 파워 게임과 그 진행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높은 호응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도 많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위해 부분적인 역사 왜곡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해도, 얘기가 쓸데없이 늘어지는 대목은 수정돼야 할 부분.
이미 지나간 얘기지만 강비의 죽음과 정도전이 제거되기까지의 기나긴 과정은 지루하다 못해 답답증을 느끼게 했다.
당초 1년 예정으로 기획됐던 드라마가 6개월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도 이런 맥락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남은 부분의 성공적인 마무리도 역시 극 흐름의 완급 조절이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