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맹물 두잔 + 분위기 = 1만원
기사입력 1997년 06월 15일 14시 51분
명퇴 등으로 실직을 하면 입맛이 뚝 떨어지고 여러끼 굶어도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아야 하는데, 인체는 그렇게 편리한 구조로 돼 있질 않다. 그래서 다른 밥벌이를 찾아야 하는데 요즘은 창업들을 한다.
뭐 그렇다고 창업 어쩌구 하니까 하루 아침에 S그룹이나 H그룹 같은 걸 거느리는 주인이 될 수는 없다. 해서, 고작 분식집 등 작은 식당이나 커피점 같은 것을 차리는데 지나지 않지만….
그러나 `구멍가게'를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잘만하면'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지만 아무리 병아리 콧구멍만한 구멍가게일지라도 경우에 따라선 그 구멍에 돈이 솔솔 들어 와서 재미가 괜찮다는 것이다.
카페나 커피점 등의 창업 등 얘기가 나와선데 장사를 제대로 하려면 서너가지 중 한가지만이라도 기똥차게 잘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첫째, 손님 많은 길목에 그럴 듯한 가게를 차리면 게임은 끝이지만 엄청나게 비싼 임대료 등을 알고 나면 뒤로 꽈당 넘어져서 그 길로 일어나기가 힘들어진다.
다음, 맛으로 승부하면 아무리 외진 곳에 있어도 손님이 온다지만 기막힌 조리 솜씨를 지닌 주방장이 다른 곳 스카우트를 마다하고 내가 명퇴하길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비싼 임금에 역시 입이 벌어지고 만다.
그러나 있다. 분위기다. 그집은 분위기가 있다는 소문이 나도록 뭔가 달라야 한다.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는가. 우선은 실내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고 재밌거나 예쁜 집기, 종업원들의 태도, 안에 까는 음악… 등이 결정한다.
여러분 스스로도 분위기가 있는 집이면 다소 멀거나 약간 비싸더라도 기어이 가게 되지 않은가. 그런데 분위기만을 강조하다가는 이런 손님을 만나는 수도 있다.
띨띨씨가 아내의 성화에 하는 수없이 분위기가 좋다는 커피 전문점엘 가서 `아메리칸 커피'두잔을 때리고 나오는 길이었다.
카운터 앞에서 일금 1만원이라는 말에 띨띨씨는 버럭 화를 내 버리고 말았다.
"여보쇼！ 누굴 촌놈으로 아는 게요? 맹물로 만든 커피 두 잔에 1만원이라니 이럴 수 있는 거요?"
그러자 계산대의 주인은 친절하고 낮은 음성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참 손님두！ 분위기값이 포함돼 있거든요."
그러자 띨띨씨 이번에는 아내 쪽으로 흘겨 보더니 그러나 목소리는 엄숙하게.
"분위기는 당신이 시켰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