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 옷 '꼬리표(Tag)' 도난 비상
기사입력 1997년 06월 14일 14시 44분
"`태그（Tag）'를 지켜라."
최근 시중 유명백화점 등의 의류매장들이 태그를 훔쳐가는 `신종 좀도둑'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태그'란 의류에 꼬리표처럼 달려 가격이나, 품질표시, 바코드 등이 기록돼 있는 종이.
이 택이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매장에서 옷은 구입하지 않고 택만 살짝 떼어가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
신세대들이 특히 눈독들이는 것은 유명브랜드의 태그.
의류의 보증서나 마찬가지인 태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 상품을 소유했다는 `물증'도 돼 친구들에게 뽐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그에 인쇄된 바코드에는 전산정보가 수록돼 있어 재고관리나 매출액산정을 해야 하는 매장관계자들로서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태그는 기성세대들에게 종이조각에 불과하지만, 신세대들에게는 좋은 `수집품'이다.
사랑을 이뤄주는 신통한 연서（戀書）, 책갈피, 목걸이, 팬시용품의 대용 등 신세대들이 창출해낸 `태그'의 용도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으뜸으로 치는 태그의 용도는 `큐피드의 화살'.
태그의 빈 공간에 `사랑해'나 `보고싶다' 등 짧막한 글을 적어 이성친구에게 건네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미신같은 얘기가 퍼져 있다.
K대 1년생 백수현양（19）은 "장난삼아 백화점에서 떼 온 유명브랜드 태그에 사랑의 고백을 써 남자친구에게 건넸는데, 거짓말처럼 그 친구와 가까워졌다"며 "태그의 효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좋다"고 말했다.
입시에 찌들어 사는 청소년들은 태그를 책갈피로 애용한다.
`브랜드 세대'답게 유명상표가 인쇄된 고급스러운 태그를 쳐다보면 입시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무작정 다양한 디자인의 태그를 팬시용품처럼 수집하는 신세대들이 있는가하면, 줄에 꿰어 목걸이처럼 착용하기도 한다.
`태그 열풍'의 원조격은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시절부터 태그가 그대로 달린 모자를 쓴 별난 패션으로 무대에 등장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유명브랜드가 인쇄된 것 외에도 신세대들이 태그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종이의 질이 고급인데다 감각있는 디자인이 사용됐기 때문.
그러나 매장직원들은 태그가 없어질 때마다 새로 똑같은 태그를 구해다 붙여야 하는 수고를 반복해야 한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GV2의 매장담당 박현정씨（27）는 "태그가 없어지는 일이 하루 평균 10여건은 일어난다"며 "고객들은 장난삼아 태그를 떼어가지만, 재고파악이나 상품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