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사우디 축구 성공 비결
기사입력 1997년 06월 14일 14시 25분
자신의 집에서 여자와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이 들통나 대표팀에서 영구 제명될 위기에 처한 것.
아무리 회교율법이 엄격하다고 해도 숨통이 트일 정도는 유연성이 있는게 인지상정이고 보면 94월드컵축구대회서 사우디를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올려놓은 오와이란의 음주파동은 실수로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사우디는 사상 첫 월드컵 2회 연속 본선진출과 16강 이상의 호성적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사우디 당국이 `엄단'을 공표하고 있는 것은 회교율법의 경직성이라기보다 축구에 대한 이들의 열정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최근들어 이곳에도 농구 배구 탁구 등이 새로운 스포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축구열기를 쫓기엔 역부족이란게 한결같은 얘기다.
94미국월드컵 16강 진출을 신호탄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아시안컵까지 제패하며 아시아축구의 신흥맹주로 떠오른 사우디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오일달러? 물론 그 위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축구에 대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빼놓고는 설명이 어렵다.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기 시작한 최근 10년동안 사우디의 축구붐이 폭발적으로 일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사우디는 엄밀한 의미에서 프로리그는 없지만 준프로격인 1부리그 12개팀과 2부리그 15개팀, 3부리그 25개팀 등 총 150개의 축구클럽이 있다.
축구팀은 주로 왕족이나 대기업에 의해 운영되지만 운영비의 절반을 국가가 대준다.
여성의 축구관람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이곳에서 평범한 국내리그 경기에 5만명 수용의 대형 스타디움이 빼곡히 들어차는 것은 바로 국가의 전폭적 지원과 팬들의 열정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사우디축구를 보면서 투자에 인색한 한국축구의 미래가 자꾸만 암울하게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