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 저 '사기' 당했나봐요
기사입력 1997년 06월 14일 14시 01분
"결혼 뒤 첫 작품이라기보단 은퇴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MBC TV 특별기획드라마 '산'으로 1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새댁' 김성령의 말.
'산' 출연은 원작자인 산악인 박인식씨와의 인연으로 결정됐다. 김성령은 박인식씨가 재직했던 '사람과 산'지의 특집으로 6개월간 전국의 명산을 둘러본 걸로 산악계와 인연을 맺었다.
"그래도 등산에는 취미가 없었어요. 이번 역할도 '산악인 역할도 아니고 직접 산에 오르지는 않는다'는 말에 넘어간 거죠."
한마디로 사기였다. 4천800m 고지가 촬영장인데 걸어 올라가지 않으면 고산병에 걸려 버티지 못한다는 걸 네팔 현지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게다가 등산복을 입은 다른 출연진과는 달리 승복 차림으로 올라가야 해 고생은 두 배.
김성령의 역할인 미옥은 연극계의 무대미술가로 유부남인 연출가와 불륜의 사랑에 빠진 여자. 혼자 흑산도 여행을 떠났다가 등반 훈련을 떠난 대학 산악반 학생들과 우연히 만나 그중 시우(박세준)의 열렬한 구애를 받게 된다.
그러나 결국은 속세를 떠나 비구니가 되고 히말라야로 건너가 중국령 티베트의 독립운동에 참가하다 시우를 다시 만나게 된다.
부산에서의 신혼 생활에 재를 뿌리는 '미운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의상 하나하나에까지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연기생활을 계속할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남편의 의견은 '찬성 반, 반대 반'. 제작진의 배려로 촬영분을 한데 몰아 붙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번 상경하면 10∼20일씩 떨어져 있어야 한다.
비록 농담이지만 남편 이기수씨가 '산' 후반의 포옹 장면에 유독 '관심(?)'을 보이는 것도 편치는 않은 느낌.
"남자들은 어떤 때 보면 어린애 같죠? 드라마 촬영 현장에 가 본 사람이라면 연기하는 상대에게 무슨 감정이 생길 수 없다는걸 잘 알 텐데 말이에요."
남편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김성령의 신혼생활은 만족 그 자체. 결혼 전까지 자신이 운동엔 소질이 없는 줄 알았지만 운동광 남편을 만나 골프와 수영 수상스키 등 레저에 재미를 붙였다.
현재 부산에 살고 있는 만큼 '산'을 마치면 앞으로의 주무대도 부산이 될 전망. 부산 지역방송의 MC나 라디오 DJ 등으로 활동하면서 학업을 계속할 계획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