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아] 만화만 보고 사는 여자
기사입력 1997년 06월 14일 13시 51분
서현아씨(26)의 직업은 좀 특이하다. 일본만화 전문 번역가가 그녀의 직업이다.
대학 졸업후 한동안 완구회사에 근무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만화번역가가 그녀의 명함.
올해로 3년째. 그간 `부부탐정 분전기' 등 약 50여 작품을 번역해왔다.
만화는 재미있고 쉽지만, 그 만화를 번역하는 일은 고단하다. 우선 말풍선이라고 하는 말칸에 글을 채워넣어야 하기 때문에 글자의 자수를 맞춰야 한다. 이 일이 제법 까다롭다.
"특히 일본어 어휘는 중의적인 것이 많아요. 그래서 단순번역만 하면 재미가 떨어지죠. 게다가 대부분 대화체 문장이라 일본 청소년들의 유행어에도 민감해야 합니다."
우리말 유행어로 바꿔주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얘기. 예를 들어 `멋있다, 끝내준다'는 뜻의 일본말 `이카스'는 `캡이다' 정도로 번역하면 금상첨화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광이었다. 엄마와 만화를 숨기고 빼앗고 하는 숨바꼭질을 수도 없이 했다. 초등학교 때는 길창덕 이원복 등의 만화를 즐겨보다 중학교 때는 김진 황미나 등의 순정만화를 찾아 읽었다.
독자로서 일본만화를 보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소재와 그림이 특이하고 참신해 재미있었다. 입시공부를 한창 해야 할 고3 때는 `5인회'라는 만화동아리를 만들기도 했으니 못말리는 `문제아'였다.
일본만화를 번역하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녀 또한 일본만화의 해악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개방주의자다.
"물론 일본만화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면 당분간 좋은 만화보다는 쓰레기같은 만화가 더 많이 들어올 겁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격이죠. 그러나 그런 과도기를 거치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 봅니다."
그녀의 만화론은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만화는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만화는 오락성이 우선이지 작품성과 예술성은 차후의 문제입니다. 일본만화를 비판하는 한편으로 그네들의 만화작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일도 함께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녀는 요즘 명지대 사회교육원 번역작가 양성과에 등록, 만화번역가로서의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