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반역 (4)

기사입력 1997년 06월 14일 13시 50분


가죽 갑옷에 장검을 찬 윤의충은 마당에 말을 세우더니 가벼운 동작으로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곧장 청으로 다가왔다.

청안에 앉은 사내들이 모두 그에게로 시선을 주었지만 당당한 태도였다. "저기 방호사가 오시는군."

안재연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윤의충을 향해 웃었다.

"방호사, 몽골에서 오신 분들이 찾으시오."

청에 오른 윤의충이 둘러앉은 흑적 등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방호사 윤의충이오."

흑적과 은홍, 왕창국 등 몽골인 관리들에다 그들을 수행한 대장군 안석보까지 벌여 앉아 있어서 자못 삼엄한 분위기였으나 그는 안재연을 호위하듯 옆쪽에 앉았다.

청안의 정적을 깬 사내는 대장군 안석보였다.

"방호사, 요즘 진주목 영내에 왜선의 출몰이 잦소?"

"요즘은 뜸합니다. 하지만 왜구를 가장한 야적단이 가끔 양민을 습격합니다."

예를 갖춰 대답한 윤의충이 힐끗 몽골 사신쪽에 시선을 주었다.

"어제는 몽골병으로 가장한 무리가 백주에 민가를 습격했습니다. 그래서 모두 잡아 목을 베었지요."

"허어, 난세로다."

혀를 찬 안석보가 턱수염을 쓸었다. 그는 40대 후반으로 북계병마사를 지낸 인물이다.

성품이 온유하여 왕으로부터도 신임을 받고 있었다. 흑적이 윤의충을 바라보았다.

"방호사, 오덕도에 군영을 설치하고 양병을 하고 있다고 들었소. 사실이오?"

내쏘듯 묻자 윤의충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덕도에 부랑민과 죄인들을 격리시켜 두었소이다. 그것을 밀정이 잘못 전달한 모양이오."

통역도 필요없는 능숙한 몽골말이다. 그가 얼굴에 쓴웃음을 띠었다.

"의심이 가신다면 지금이라도 모시고 가지요. 배가 준비되어 있소이다."

흑적이 왕창국을 바라보았다.

"장군, 준비되었소?"

"물론입니다. 대감."

그러자 윤의충이 왕창국에게로 몸을 돌렸다.

"준비된 배는 두척이니 될 수 있는 한 군사를 많이 끌고가야 될거요. 섬에 버려진 죄수와 부랑민이 습격해 올테니까 말이오. 며칠 전에도 식수를 싣고간 군사 여섯명이 모두 실종되었소이다."

"아니, 그렇다면 섬에는 군사를 배치시켜 두지 않았소?"

소리치듯 흑적이 묻자 윤의충이 머리를 저었다.

"그럴만한 병력이 없소이다. 왜구의 노략질을 막는데에도 병력이 부족한 실정이오. 오덕도는 육지와 이십여리나 떨어진 데다가 물살이 세고 파도가 높아서 천연의 유형지외다. 지킬 군사도 필요 없습니다."

흑적과 은홍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흑적은 의심이 가득찬 표정이었고 은홍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띠어져 있다.

"내일 아침에 떠납시다. 이윽고 흑적이 결심한듯 말했다."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겠소."

"대감, 서두실 필요가 없소이다."

은홍이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방호사도 위험하다고 하니 배를 모아 천천히 떠나시는게 낫소. 왕께 파발을 보내어 가까운 곳의 병선을 모은 다음 군사를 모두 싣고 떠납시다."

그가 윤의충을 바라보았다.

"아마 그래야 방호사도 마음이 놓이실거요. 그렇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