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어이없이 무산된 '인터넷 생중계'
기사입력 1997년 06월 13일 15시 10분
경주마 괴질사태로 경마장 전체가 초긴장 상태에 빠져있던 지난 11일. 마사회에는 또 한차례 비보（悲報）가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진원지가 마구간이 아닌 광화문쪽이었다.
마사회를 관장하는 문화체육부가 12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인터넷 경마생중계 계획을 하루 전에 갑자기 `전면 보류'시킨 것.
이로써 `안방에서도 경주장면을 생생히 지켜보게 됐다'며 기대에 차있던 수많은 경마팬들과 전세계 어느 나라도 실시하지 못한 인터넷 경마실황중계를 우리 기술로 해내게 됐다며 기뻐하던 마사회 직원들의 기대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
문제는 마사회 대부분의 정책결정이 그러하듯 인터넷 서비스 역시 문체부 승인하에 진행돼온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10월 전국적인 체육정보망 사업을 추진하면서 문체부 산하 유관기관들에게 각종 통신망을 이용한 정보화사업 발굴을 당부했다.
마사회는 고민 끝에 생중계를 포함한 인터넷 경마정보화 사업을 구상하고 지난해 12월 이를 문체부에 정식 보고했다.
컴퓨터에 능한 신세대 경마팬들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전화투표 고객들의 경우 배당판도 보지 못한채 집에서 신문과 예상지만을 보고 베팅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던 것.
문체부쪽에서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자 이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3월에는 문체부에 실황중계, 모의베팅, 회원제 운영 등에 관한 보다 상세한 보고서가 전달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체부 최종결정이 내려진 것은 마사회가 이미 1억5천만원을 투자, 모든 시스템을 완비시켜 놓은 뒤의 일이었다. 반대 이유는 인터넷회원이 수십명을 불러다 놓고 안방을 사설경마장으로 이용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
그러나 이는 한낱 기우（杞憂）에 불과하다는 것이 경마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마사회와 예상업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매경주 입상마와 배당률을 전화서비스로 통보해주고 있기 때문에 생중계서비스가 덧붙여진다고 해서 사설경마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문체부 결정을 통보받은 마사회는 부랴부랴 언론사에 정정 자료를 뿌리기에 바빴다.
보도자료에는 차마 문체부 지시사항이란 말 대신 중대한 기술적 하자로 인해 생중계, 모의베팅 등 인터넷 서비스의 알짜배기 코너들을 무기한 보류시키게 됐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