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용들의 전쟁 (15)
기사입력 1997년 06월 13일 14시 14분
맘모스는 킹콩을 올라탄 채 사정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맘모스의 주먹이 바람을 가를 때마다 킹콩의 입에서 피가 튀었다.
킹콩이 거의 정신을 잃자 맘모스는 자세를 바꿔 목의 앞부분을 물기 시작했다.
킹콩은 처음에는 사지를 움직이며 반격을 위한 몸부림을 쳤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것마저 약해졌다.
고통이 심해질 때마다 신음소리와 함께 진저리를 치는 게 고작이었다.
더구나 싸움이 벌어진 곳은 불빛이 거의 닿지 않는 후미진 곳이어서 사파리에서 잘 보이지 않는데다 패트롤카가 접근하기 어려워 말려줄 구원자조차 없는 셈이었다.
킹콩은 당초 자신이 유리한 싸움이라고 판단하고 일부러 대결장소를 그곳으로 정했지만 오히려 무덤을 판 셈이 됐다.
패트롤카가 나타난 것은 킹콩이 이미 회복되지 못할 만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패트롤카가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밀어붙일 기세를 보이자 맘모스는 피가 잔뜩 묻은 입을 훔치며 일어났다.
맘모스는 마지막으로 항공모함만한 발로 킹콩의 목을 짓이긴 뒤 사파리 쪽으로 걸어내려갔다.
맘모스의 발걸음은 `이제 내가 왕'이라는 자신감에 가볍기만 했다.
아침이 됐다.
맘모스 공화국의 새 아침이 밝은 것이다.
다른 해보다 취임식이 늦기는 했지만 맘모스로서는 뿌듯하기만 했다.
킹콩의 등장으로 잔뜩 긴장했지만 뜻밖에 놈이 실수를 한 덕분에 쉽게 이겨 왕이 됐기 때문이다.
맘모스가 사파리에 나타나자 날나리아를 비롯한 암곰들이 환호하며 새 왕의 탄생을 축하했다.
그동안 왕이 결정되지 않아 발정기를 맞고서도 씨를 받지 못해 몸이 뒤틀렸던 암곰들이었다.
몸이 달아오른 것은 비단 암곰뿐만이 아니었다.
맘모스도 암곰의 살내음을 맡으면서도 킹콩의 습격이 두려워 치솟는 욕정을 꾹 참아온 터였다.
사자나 호랑이처럼 짝짓기 하는 시간이 10초 안팎이면 되겠지만 한번에 20분이 넘는 곰이기에 완벽한 신변보호가 없으면 애당초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맘모스는 출근하자마자 암곰들을 찾아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