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최규병 8단 ●김만수 2단 ♣
기사입력 1997년 06월 12일 17시 39분
제2보(13∼31)＝최 8단은 바둑계에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75년 일찍이 12세의 나이로 입단, 경이적인 최연소기록을 세우며 조훈현에 이은 `신동'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당시 빨라야 20대 전후의 입단기록이 대부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바둑계의 기대와 관심이 매우 컸음은 불문가지.
그러나 학업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다 결국 바둑을 접어두고 학업쪽으로 진로를 변경한다.
따라서 그후 대학∼군복무로 이어진 기나긴 바둑의 공백기를 맞는다. 바둑계로선 참으로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던 것.
새삼스런 얘기가 되겠지만 만약 그가 입단 후 계속해서 바둑에만 전념했더라면, 초등학생의 나이로 입단한 그의 천재성을 감안할 때, 모르긴 해도 지금의 바둑계 판도는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중론이다.
지금 반면은 초반이지만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겪고 있다. 그 갈등의 원천지가 `가'의 곳. 흑 13 때 백은 의당 `가'에 지키는 것이 정수.
그러면 흑 `나'로 씌우는 진행이 된다. 그렇게 가정하면 백으로선 집이 하변에 편중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흑으로선 활발한 진행이 된다.
그래서 백은 차마 `가'에 지키지 못하고 14로 흑의 응수를 물었다.
여기서 흑도 상당한 장고에 빠진다. 백이 `가'를 손뺀 이상 이곳을 응징하고 싶은데 그 타이밍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가져갈 것인가를 놓고. 흑이 15이하 변화를 구한 것도 그 일환.
좌변은 흑 ▲의 응원군이 있어 든든하고 대형정석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의 타이밍을 잡자는 속깊은(?) 작전인데 생각이 너무 지나쳤다.
알기 쉽게 흑 1, 3으로 받고 흑 5를 결행했어도 충분했던 것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