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 국립극단 '무주별곡' 차녀 정남역
기사입력 1997년 06월 12일 14시 37분
국립극단의 개성파 배우 조은경(34). 평소엔 얌전하지만 무대에 서면 폭발적인 연기력을 발산하는 게 그의 장점이다.
그는 요즘 국립극단이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무주별곡'(김지연 작, 정진수 연출)에서 호연을 펼쳐 관객들로부터 갈채를 받고 있다.
`무주별곡'은 국립극단의 배우들이 직접 무주를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그곳의 토속어와 생활습관을 익혀, 한국인의 애증어린 가족사를 질펀하게 그려낸 작품.
조은경은 딸만 셋을 둔 한 가정의 차녀인 권정남역을 맡아 평생 희생만 당하고 살아온 어머니에 대한 애증의 교차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그려내고 있다.
"어머니는 가부장제적인 사회에서 힘든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지요. 아들을 못낳고 딸만 셋을 낳은 여자인 어머니가 겪는 집안으로부터의 구박과 천대는 가슴을 아프게 만듭니다."
그런 어머니를 두었지만 세 딸중 유일하게 결혼하여 아들을 낳은 인물이 바로 권정남. 그러나 정남 역시 남편과의 불화로 아들을 데리고 친정인 무주로 내려온 인물.
조은경은 아들이 있고 없음에 따라 겪는 여자의 이야기를 애잔하게 그려낸다. 그는 어머니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때론 항변으로, 때론 침묵으로 드러내거나, 속으로 삭이면서 어머니의 참모습을 생각게 해준다.
또 아버지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이 아니라 연민의 정도 담아낼뿐만 아니라, 고향이 주는 추억어린 이야기도 함께 풀어내 극을 풍성하게 해준다.
진부한 가부장제적인 사회인습을 타파해보려는 한 여성의 진보적인 투쟁을 그린 군더더기가 없는 투명하고 맑은 연기력은 더욱 관심을 끌게만들어준다.
수원 출신으로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극단 신협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데뷔했으며 극단 광장에서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캬바레' `피핀'등에 출연, 연기경력을 쌓았다.
국립극단에는 89년 준단원으로 입단과 동시 `물보라'(오태석 작, 연출)에서 각시역을 맡아 운좋게도 주연으로 데뷔했다.
이어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이성계의 부동산' `맹진사댁 경사'등의 작품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다.
고전무용 성악 판소리 수벽치기 등 연기를 위해 다양한 주변장르를 섭렵한 그는, 나이가 더 들면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에서의 엄마역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무주별곡'은 22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일 오후 4시. (02)274－17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