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방망이 '잘 돌아갑니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11일 14시 40분
마치 휘발유통에 성냥불을 그어 던진 것같다.
현대 `섹시가이' 이숭용（26）의 방망이에 겉잡을 수 없는 불이 붙었다.
쳤다 하면 2루타요 홈런이다.
최근 5경기의 타율이 무려 5할5푼6리（18타수 10안타）에 8타점.
안타 10개가운데 2루타가 6개, 홈런이 2개다.
타구의 방향도 좌익수쪽 4개, 중견수쪽 2개, 우익수쪽 4개로 부채살처럼 골고루 흩뿌렸다.
한마디로 방망이에 신이 들렸다고나 할까.
10일 부산 롯데전에서 2루타와 홈런을 2개씩 터뜨리며 5타수 4안타 6타점으로 올시즌 처음 3할대（0.311）에 걸터앉았다.
경기후 이숭용은 스파이크를 벗어 털며 "이제부터는 야구가 잘 될 것같아요"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옆에 있던 김경기가 "얘 왜 잘 치는 줄 아세요? 요즘 새벽 1∼2시까지 스윙훈련 하거든요"하고 거들자 손사래를 치며 입을 막기 바빴다.
사실 지난주부터 이숭용은 편도선과 전신 근육통 등 심한 감기몸살로 고생했다.
그러다 보니 온몸에 힘이 쪽 빠졌고 자연히 스윙할 때 힘을 빼고 맞히는데만 신경을 쓰다가 우연찮게 제감각을 찾았다.
지난달 말까지 한창 부진할 때는 구질을 막론하고 다리가 꼬일 정도로 크게 스윙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땐 왜 그랬나 싶다.
4번 김경기와 함께 살아난 5번 이숭용이 현대 중심타선의 무게를 굳게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