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수씨] 집념과 노력의 화신 '의지의 한국인'
기사입력 1997년 06월 11일 14시 40분
한국 복싱의 `큰 별'이 떨어졌다.
10일 오후 9시30분경 지병인 간암치료차 서울 영동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가 진료도중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타계한 초대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김기수씨（58）는 불굴의 집념으로 한국 스포츠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의지의 인물.'
지난해 9월 간암판정을 받고 투병중이던 김씨는 올해들어 병세가 호전돼 가끔씩 좋아하는 골프를 치기도 했으나 뜻밖에 심장마비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김씨가 지난 66년 6월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WBA 주니어미들급 타이틀전에서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를 판정으로 꺾고 한국 프로복싱 사상 처음으로 세계챔피언에 올랐을 때 삼천리 방방곡곡은 축제의 물결로 넘실댔다.
그날짜 신문들은 호외（號外）를 발행하면서 까지 그의 승전보를 알렸을 정도로 당시 그의 세계챔피언 등극은 사회 전체적으로 센세이셔널한 하나의 `사건'이었고, 국민들에겐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땀이 곧 금（金）이다.'
김씨의 평소 이 좌우명처럼 그가 초대 세계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집념과 노력이 원동력이 됐다.
함경북도 북청에서 태어난 김씨는 6．25의 포성이 한창이던 지난 51년 홀어머니 허연옥씨와 함께 맨주먹으로 월남해 전남 여수에 봇짐을 풀었다.
여수 여항중시절 부두로 나가 엿장사도 하고 뱃사람의 심부름도 하며 `소년가장'으로서 어렵게 생활하던 소년 김기수는 중 3때 처녀 출전한 전국학생복싱선수권대회서 중학생으론 유일하게 웰터급 정상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58년 도쿄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이어 프로복싱 첫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지난 70년 은퇴한 김씨는 사업가로도 성공해 서울 명동에 시가 100억원대의 빌딩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펼치는 등 주변의 귀감이 돼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하자씨（56）와 2남2녀가 있는데 장남 현철씨（35）는 한미은행 대리로, 차남 현진씨（30）는 （주）애플종합디자인에서 사원으로 근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