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정치인들에 이용당한 삶 후회'
기사입력 1997년 06월 11일 14시 40분
`전직' 정치깡패 김용남씨（별명 용팔이·47）는 요즘 어릴적 `마지막 협객' 김두한과의 만남부터 창당방해사건에 이르기까지 용팔이의 자서전인 5권짜리 `한국주먹현대사'（한뜻출판사 발간 예정）를 쓰고 있다.
"실존 인물들이 실명으로 나옵니다. 지금까지 비슷한 책이 많이 나왔지만 가장 정확한 이야기가 될 겁니다."
김씨는 이달말쯤 출간될 `한국…'로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앞으로는 소년－소녀가장과 불우 청소년, 장애자를 도우며 살겠다고 말했다.
87년 4월20일 신민당 비주류의 사주를 받고 각목부대를 동원해 통일민주당 인천지구당 창당대회와 당시 주류파였던 이민우씨의 총재 취임을 방해한 `용팔이 사건'은 김씨를 전국적인 `스타'로 키워준 사건이자 김씨를 검찰과 경찰의 표적으로 만든 불씨였다.
50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김씨는 15살 때인 중 3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당시 서울 성동구 신당동 S체육관에서 역도를 배우던 김씨는 선배들의 지시에 따라 상대 후보의 선거전단을 뿌리지 못하게 방해하고 다닌 것.
김씨가 본격적으로 주먹세계에서 인정을 받은 것은 고교 3학년 때로, 당시 서울에서 가장 유명했던 풍전호텔 나이트클럽에 발탁되면서부터.
어릴 적부터 적어도 하루에 3번이상 싸워 한번도 진 적이 없던 김씨는 고 2때 쿵후 고수인 황극환씨에게 발 기술과 `상처 안나게 때리는 법' 등 전문적인 싸움법을 배워 이미 상당수준에 이른 상태였다.
김씨는 풍전호텔에서 당시 프로권투 동양챔피언 H, L씨 등 내로라 하는 주먹들을 눌러 중앙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용팔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바로 이때였다.
어린 나이를 속이기 위해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그무렵의 일이었다.
김씨는 풍전호텔 시절부터 전성기를 달리다가 통일민주당 창당방해 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뒤, 쫓기는 몸이 돼 1년2개월 동안 도망다니다가 체포되면서 막을 내린 셈이다.
30년 가까이 정치깡패로 살아온 김씨는 "배우지 못해 정치인들에게 이용만 당했다"며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있다.
"잡힐 때도 형사 몇명쯤은 패고 도망갈 수 있었지만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어서 자포자기를 한 셈이었죠."
92년 4월 대전교도소에서 나온 뒤, `새사람'을 선언한 김씨는 모든 조직을 해체하고 장사를 하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요즘은 책 쓰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김씨는 김태촌씨나 조양은씨처럼 다시 교도소로 갈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깡패 기질로 살면 남보다 10배이상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14살짜리 아들, 11살짜리 딸과의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