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랑타령'탈출-땀의 드라마
기사입력 1997년 06월 11일 14시 40분
MBC TV 특별기획드라마 `산'은 산 자체가 그러하듯 무균질 산소를 풍부하게 머금은 청량감을 물씬 제공해준다.
특별기획답게 1년 이상의 준비과정을 거쳤고 히말라야 알프스 인수봉에서의 현지촬영, 피와 땀과 눈물이 용해된듯한 드라마 산은 요즘 여타 드라마가 화려함만 강조하고 나선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산이 시청자들에게 가져다준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요즘 방송 3사가 양산해내는 드라마의 주종을 생각해보면 산의 의미는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시청자들은 신세대들의 사랑타령에 식상했고 응접실 무대가 단골세트인 전형적인 홈드라마나 신변잡기식의 무의미한 나열식 구성에 지쳐있기 때문이다.
ENG 카메라는 산을 배경으로한 인생을 담아내기 위해 산의 정상과 구석구석의 이모저모를 찾아 과감한 나들이를 시작했다.
그것은 곧 산의 장엄미나 그 장엄에 도전하는 인생의 부질없음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론, 인생의 의미를 아무 말없이 가르쳐주는 산의 속성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이 드라마는 그래서 역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한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다.
극의 이야기 전개는 최성현(감우성)의 기억을 쫓는 과거회상으로 진행된다. 명 클라이머인 기태삼촌(천호진)의 죽음, 이에 충격받은 아버지(박찬환)와 우태삼촌(김상중)의 산악인 변신과 실종 등 산악인의 가족사가 극적 재미를 안은 채 맑은 수채화톤으로 기억된다.
이 드라마가 갖는 옥에 티는 과거회상을 지나 현실을 그리면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을 둘러싼 운동권이야기는 드라마의 극적 소구력을 높이데는 결정적인 실패요인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산과 운동권이라는 소재가 불용성의 관계는 아니지만 초반의 흐름에 비해 요즘 방송내용은 어쩐지 어색하다.
또한 전문 산악인들로부터 고증에 관한 지적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점과 산악용어를 사용하는데 크레바스(눈에 묻힌 갈라진 틈), 하이포서미아(기온급강하로 체온이 떨어지는 현상), 안자일렌(서로 끈을 묶어 거리를 확보하면서 오르는 일) 등은 최소한 자막처리를 해주었어야 했다.
특집 드라마 `산'은 이런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