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사랑이 꽃피는 놀이공원
기사입력 1997년 06월 11일 14시 40분
만난 지 벌써 며칠인가. 그런데도 아직 그녀의 손조차 잡지 못했다. 손은 잡았으나 어깨를 감싸는 것으로 진도가 통 진행되지 않는다.
당장 그녀를 불러 놀이공원으로 달려가라.
놀이공원들이 여름축제를 펼치면서 일제히 야간 개장을 실시하자 `사랑의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려는 커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밀회장소로 알맞은 놀이기구는 커플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으며, 놀이공원측도 연인들의 사랑이 방해받지 않도록 커플만 태워주는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롯데월드는 풍선비행과 신밧드의 모험이 데이트 명소. 천장에 나 있는 레일에 바구니를 매단 풍선비행은 보통 6명이 정원이지만 야간에는 원할 경우 커플만 태워준다.
약 12분동안 운행하는데 바구니 높이가 1.5m여서 앞 뒤 팀에서 볼 수 없는데다 천장에 높이 매달려 가기 때문에 아래서도 보이지 않아 밀회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롯데월드 남기성씨는 "금방 싸운 커플도 풍선비행을 탄 뒤에는 생글생글 웃고 내려온다"며 `비밀의 방'임을 암시했다.
어두컴컴한 수로를 따라 20여 명이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신밧드의 모험은 맨 뒷좌석이 명당으로 배가 툭 떨어지고 귀신이 나오는 코스를 통과할 때가 절호의 기회.
용인 에버랜드는 환상특급, 우주관람차, 독수리요새가 인기.
특히 10분간 40m높이까지 조금씩 올라가 내려오는 우주관람차는 첫 키스를 원하는 연인들이 거쳐야 하는 필수코스. 야간에는 내리는 커플마다 입술이 촉촉히 젖어 있다는 것이 근무자들의 한결 같은 말.
그러나 낮에는 맞은편 위에서 마음먹고 내려다보면 훔쳐볼 수 있는 각도가 두 군데 있으니 주의 요망.
서울랜드는 월드컵 2002, 록 카페, 무지개 자전거에 연인들이 몰린다. 2002년 월드컵은 초대형 축구공을 중심으로 10개의 축구공 모양의 놀이시설이 빙글빙글 회전하는데, 한 좌석에 나란히 앉은 연인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자연히(또는 자연을 가장해 의도적으로) 밀착(?)된다.
록 음악에 따라 위 아래로 굴곡운동을 하는 록카페는 특히 회전중 갑자기 지붕이 덮히면서 약 30초간 어둠 속에 둘만 있게 되는데 이 짧은 시간에 많은 일들이 벌어져 연인들이 줄을 선다고.
대구 우방타워랜드는 380m 인공계곡을 운행하는 후룸라이드와 카멜백, 남녀의 몸접촉이 가장 많은 타가디스코가 명소.
후룸라이더는 의자가 세로로 나 있어 서로 껴안을 수 있고 다른 배와의 거리가 20m 이상 떨어져 있어 주위 눈치 살필 필요가 없다. 숲속으로 난 1㎞의 레일을 달리는 카멜백은 손도 잡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이색적인 키스를 즐기는 연인들도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