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모라] '셰익스피어 무대에서 넘어지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11일 14시 40분
컴퓨터 통신망에 `엄마성 쓰기 운동'을 주창하는가 하면 `한국남자는 다 걸레다' 등의 `과격 논설'을 써 유명해진 통신논객 신정모라씨(36)가 `셰익스피어 무대에서 넘어지다'(중명 간)라는 소설을 펴냈다.
이미 칼럼집 `공자를 울린 여자', 그리고 시집 `시인은 무엇을 보게 하는가'와 `새벽'을 통해 남성중심 사회에 신랄한 비판을 해온 그녀가 이번에는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보인다.
소설의 주인공은 한박지모(`엄마성 쓰기 운동'을 하는 작가처럼 엄마성과 아빠성을 함께 쓴다)라는 소녀다.
지모는 똑똑하고 대가 세다. 심지어 가부장적 권위에 사로잡혀 있는 아버지조차 지모의 고집과 삐딱한 행동을 어쩌지 못해, 나중에는 똘똘한 딸을 자랑하는 것으로 태도를 바꿀 정도다.
지모는 이런 환경 속에서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주체적인 사고를 하며 성장한다.
반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면 엄마 박영숙은 가족을 위해 자아를 포기하는 전형적인 희생양이다. 박영숙은 어느날 일기장을 남기고 자살하고 만다.
지모는 일기장을 통해 엄마가 왜 자살로 생을 끝내야 했는지 추적한다. 지모의 부족한 인식을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엄마의 친구이며 `주체적 여성'인 이지해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있는데 1부는 희극, 2부는 비극의 형식을 띠고 있다. 2부는 특히 엄마 박영숙의 고백으로 이뤄져 있다.
작가는 "어머니와 아내로서만 산다는 것이 여자의 행복일 수만은 없다. 그것은 여자에게 뼈아픈 상처를 주기도 한다. 누가 이런 진실을 외면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현모양처라는 신화는 여자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남성중심 사회의 남성들이 만들어낸 거짓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