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생활고에 시달리는 세경진흥 씨름선수
기사입력 1997년 06월 10일 15시 04분
프로씨름단 세경진흥 선수들의 형편이 너무도 딱하게 됐다.
이미 작년말부터 모（母）기업의 재정상태가 기울기 시작해 6개월째 봉급을 받지 못하면서도 `언젠가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하나로 힘든 나날을 버텨온 그들이다.
그러나 팀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던 성원건설이 지난달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인수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언제 `공중분해'될지 모를 망연자실의 허탈감속에 당장의 생활고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돼버렸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숙소 겸 훈련장이 운영비가 없어 문을 닫았을 때는 발붙일 곳이 없어 친구나 선후배들의 집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도 해야 했다.
"회사가 망해 더 이상 선수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을 차마 집안식구들에게는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한라급의 한 선수는 청소미화원으로 어려운 생계를 꾸려가던 아버지가 `암（癌）선고'를 받은 급한 상황에서도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
정상적으로 봉급이 나올때 같으면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돈을 빌려서라도 병원에 입원을 시켜본다지만
선수들 모두에게 돈생길 곳이라고는 아무데도 없어진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런 대책없이 악화돼 가고만 있는 부친의 병환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하는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한국씨름연맹의 긴급지원을 받아 오는 13일부터 시작될 남원장사대회에 출전할 수는 있게 됐지만 풍전등화와 같이 위태로운 회사의 형편을 생각하면 힘이 생길리가 만무하다.
얼마전 씨름연맹이 세경진흥 씨름단을 살리기 위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본들 이 역시 쓰러져 가는 팀을 구해준다는 보장이 없어 본인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동안 살고 있던 집까지 처분해가며 선수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하던 신재일 주무도 이제는 더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동생이나 다름없는 선수들의 어려운 사정을 모른체 할 수 밖에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이다.